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공간의 60-70%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은 사회, 경제, 환경 및 에너지 측면에서 도시활동과 균형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생활공간으로서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요구는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서 논의되는 도시형성의 이론, 원리, 기술, 나아가서는 학술적인 논문과 조사분석에 있어서도 단순화, 획일화, 모델화가 기본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도시분야 과학기술의 성과를 적용한 것이 오늘날의 도시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 쾌적하게 살아가는 도시, 문화를 중시하는 도시, 다양한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도시, 그곳에만 있는 것을 가진 도시 등은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편리하게 생활하는 것과 함께 지속적인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중심시가지 활성화라는 과제는 시민들의 소비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도시가 도시답게 만드는 기본적인 요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처럼 다양성이 도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조건이자 경쟁력이지만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도시의 다양성을 상실하게 할 수도 있다. 무분별하게 교외에 들어서는 쇼핑센터가 도심부를 쇠퇴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에 선진도시들은 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도시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활기 넘치는 번화가라도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백화점이나 전국적인 체인점처럼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특징 없는 중심시가지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직주근접으로 에너지 및 토지수요를 관리하는 에너지 절약형 도시로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도심을 새로운 방향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가 넓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활기 있는 중심시가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보행자와 자전거를 연계하는 대중교통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주차장 등 차량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콤팩트 시티를 실현하기 위해 개별적인 이해를 가진 조직과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일정 부분 규제할 필요가 요구되는데 이는 현대 도시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도시들은 이미 시가지가 확산되고 분산되어 거대하게 넓어져버린 상태이다. 아울러 현대의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정치적, 행정적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선진도시들이 나아가는 방향처럼 도시의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도시계획 차원에서 토지이용과 교통을 결합시켜서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시가지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심시가지 활성화에서는 상업, 레저 등의 소비활동을 도심으로 가져오고, 업무 및 서비스업 등 다양한 취업기회를 창출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높여서 투자 유치와 시민의 긍지를 높이며, 관광 등 외부인의 유입을 촉진하도록 정책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심부에 이용인구 증가를 통해 활기가 넘치게 만들고, 복합기능으로 새로운 활기와 매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도시형 창조·문화적 산업기반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전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은 이러한 방향을 적절하게 이해하고 수립되는 정책과 반대로 역행하는 정책들이 혼재되어 정책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정책효과의 상충이 일어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도심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추가입점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면서도 외곽에 새로운 쇼핑센터를 유치하는 사례는 대표적인 예이다.

도심부 교통혼잡 완화 및 에너지소비 저감을 위해 도시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체계를 우선으로 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일부 상인들의 반대를 이유로 시행하지 못하는 사례는 도시관리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아쉬움이 크다. 이에 비해 도청이전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은 관련주체 간 역사 및 문화예술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정책에서 주민의 창조적인 능력과 지역의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가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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