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김동유 지음·비채·396쪽·1만4800원
그림꽃, 눈물밥 김동유 지음·비채·396쪽·1만4800원
'하루 종일 캔버스 앞에 앉아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캔버스를 채웠다. 돌을 이고 수없이 산을 오르는 시시포스처럼…'. 그는 그렇게 캔버스에 열정을 담아냈다.

충남 공주 출신 김동유(47·목원대 미대 교수)작가는 세포처럼 작은 얼굴 이미지를 픽셀 모자이크 회화기법으로 그려 인물의 거대한 얼굴을 만드는 '이중 얼굴' 로 유명한 화가다.

미국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얼굴이 수백 개 모자이크 되어 반 고흐를 표현하고 마오쩌둥, 존 F 케네디를 그렸다. 사진 같은 유화그림이다. '이중 얼굴' 시리즈 그림은 지방의 이름없는 작가를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다. 전 세계 미술경매의 43%를 차지하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시장에서 그림이 고가에 팔리면서 일명 스타작가가 됐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그림 시장에 그림이 팔리기까지 그의 생은 고단했다. 오로지 한 길만 걸었던 환쟁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는 가난했고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자살을 시도했었다. 국어 시간에 소리내어 책 읽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소극적이고 할 줄 아는 건 그림 뿐이었다.

"김동유, 육성회비를 아직도 안 냈네? 부모님이 언제 쯤이나 내준다니? 어?" 선생님에게 불려가 언제까지 낼 것인지 다그침을 받은 기억, "너 한글 몰라? 왜 책을 그렇게 읽어?" 어린 시절 호되게 야단 맞았던 기억 등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또 그는 무명화가로 지내던 때 택시기사로의 전업을 생각할 만큼 생계가 어려웠다. 온 가족이 충남 논산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살았던 시절과 화가의 길을 반대한 아버지와 의절까지 하면서 선택한 예술가의 길 등 힘들었던 삶도 담아 냈다.

책은 지인의 끈질긴 부탁으로 내어주었던 그림이 시장에 나와 거액을 주고 되산 일화도 소개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꽃과 여인'은 붉은 꽃으로 풍만하고 나른한 여체를 그렸다. 그동안 해왔던 감정과 이미지의 상상을 배제한 단순한 반복이 아닌 '꽃'과 '여인'이라는 이미지를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 충돌효과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이미지의 결합을 무생물에서 자연의 소재로 대체하게 됐던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저자 자신과 같은 세상의 유령들(자기 일이 좋아 숨어 사는 은둔자)을 위한 자전적 에세이다. "세상에 가시를 세운, 상처투성이의 나를 지켜준 것은 오직 그림이었다. 캔버스를 채우는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으니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의 독창적인 예술 여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저자 김동유 개인전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임은수 기자 lime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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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유 作 '꽃과 여인'
김동유 作 '꽃과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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