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cuadam@daejonilbo.com

대전 중구 출신의 권선택 전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 문 앞에 서있다. 민주당 `복당`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까닭이다. 추론컨대 문전박대당할 것 같진 않다.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위 수석 부위원장이라는 직책를 부여받은 사실이 증명한다. 시기가 무르익으면 어떻게든 매듭지어 질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권 전 의원의 민주당 선택에 대해선 시비가 좀 있었다. 선진당과 새누리당과의 합당추진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그다. 행동을 같이하자는 암묵적인 묵계를 주고받았다고 가정하면 권 전 의원의 선택은 의외일 수 있다. 그 즈음 그의 언행과 맞물려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았나 싶은 대목이다.

권 전 의원이 몸담았던 선진당은 법적으로 소멸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후 대선 정국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결과다. 그 때 권 전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였다. 첫째, 새누리당행 대열에 동참하는 것 둘째, 무당적 신분으로 정국상황을 지켜보는 것 셋째, 야당으로 방향을 트는 것 등이다. 그는 아마 이 세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했을 것이다. 선택의 결과가 자신의 정치행로를 기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 전 의원은 어쨌든 19대 총선 때 고배를 마셨다. 17대, 18대 총선은 극복했지만 대선이 있는 해인 올 총선에선 3선 고지 공략에 실패했다. 선거구도 측면에서 권 전 의원이 속한 선진당 입장에서 보나, 그의 지역구 사정으로 보나 승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복병이었다. 유력 대선 후보가 후원하는 큰 정당들의 각축전 틈새에서 아주 특수한 여건이 아니고선 생환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총선에서 정치인의 당락은 병가지상사나 마찬가지다. 당이 미약해 힘을 못 쓰는 수가 있고, 강력한 정적을 만나 위기에 빠져 들기도 한다. 특히 단위 선거구 차원의 평면적 승부가 아닌, 대선 논리가 지배하게 되면 개인별 상품성, 자질, 미래가치 등은 묻히기 십상이다.

이 얘기를 통해 권 전 의원의 낙선을 복기하려는 뜻은 없다. 다만 권 전 의원을 `충청정치의 평균값`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괜찮은 표본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충청 정치가 따로 굴러간다는 건 아니지만 편의적인 방법일 순 있다. 공간적 구획은 여전히 우리 정치와 정당이 작동하는 유효한 기준선으로 간주되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은 어느 지역이 보유한 정치자원들의 경연장이다. 경력과 이력이 돋보이든지 선거비용에 구애 받지 않을 정도 되면 정당을 택해 공천 경쟁에 나서고 거기서 승자가 본선을 뛴다. 이런 식으로 4년 주기로 총선이 있다. 그 사이엔 2년 터울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두 선거의 입후보 등록 명부를 보면 대체로 인물그룹의 층위가 분류된다.

권 전 의원도 어느 지점에 위치할 것이다. 수직형 잣대의 눈금에서 임의로 특정하면 논란을 부를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의 공직 관료 시절 및 재선 국회의원 경력, 지명도 등을 합산해 표준 표차를 낸다고 했을 때 평균 선은 넘어설 것으로 여겨진다. 특정 자연인에 대한 평가 문제를 떠나, 충청 정치자원군의 표본으로 상정했을 때를 말한다.

그런 권 전 의원이지만 유권자들은 그에게 3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단순화, 일반화해보면 충청권에서 의원 배지 세 번 달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외도 있지만 대체적인 주기로 볼 때 그런 현상이 있다. 물론, 하나가 떨어지면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로 대체된다.

이런 충청표심을 `스윙보터` 속성으로 도식화해온 경향이 있다. 뽑아서 이익이 되는 쪽에 표를 몰아주는 집단 심리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충청권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게 현실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내구연한이 남은 재화를 분리수거해 버리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약으로 받아들이는 길이 있긴 하다.

권 전 의원을 모티프로 삼은 이유는 특별한 게 아니다. 요컨대 이런 말이다. 총선, 지선은 4년마다, 대선은 5년 주기로 치러질 것이다. 운 좋으면 3선, 4선까지 가지만 여의치 못하면 퇴장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지역민들은 알게 모르게 한정된 지역 정치자산을 `과소비`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로 대선정국이 뜨겁다. 그런데 열기나 현장감이 지역에선 잘 실감되지 않는다. 왜 일까. 충청정치는 늘 을의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래서 선진당의 종언과 누가됐든 지역 정치인들의 부침이 오버랩되는 것 같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