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선 혜천대 총장 인터뷰

정영선<사진> 혜천대 총장은 교육과학기술부(옛 교육인적자원부) 기획홍보관리관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교육부 근무시절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합리적 성품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반직 공무원의 꽃인 1급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그는 후배들이 인사적체로 승진을 제때 못하자 정년을 2년 가까이 남겨놓고 용퇴를 선언, 뒤끝 없는 처신의 면모를 보였다. 특히 교육부 교육자치국장으로 재임하면서 당시 정부의 최대 난제였던 유아교육법을 통과시킨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법이 통과되자 전직 모 교육부장관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숙원사업을 마무리 해줬다며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한다. 경남 하동 출신이며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울산시 교육감, 교육부 교육자치지원국장, 공보관,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30여 년간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작년 9월 1일 혜천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15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교육분야 정통 관료로서의 전문대학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총장에 취임한 지 1년 2개월여가 지났다. 소회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대화하며 그들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1년여가 즐겁고 보람찬 기간이었다."

-대전지역과 특별한 연고는 있나.

"대전에 뿌리를 내린 것은 작년 9월 총장 취임 이후부터다. 대전은 기후나 생활여건으로 볼 때 매우 살기 좋고 쾌적한 도시인 것 같다."

-대학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리)대학의 전신은 간호전문대학인데, 72년 전통의 간호학부가 정부의 승인을 받아 올 3월부터 4년 학부제로 변경됐다. 올해부터 2년, 3년, 4년 학제를 동시 운영하게 돼 4년제 종합대보다 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학제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보건의료계열이 보다 특성화돼 가고 있는 단계다. 의료기기과가 지난 3월 신설됐고, 내년 3월 신학기부터는 의료관광코디네이터과가 신설된다. 대전은 앞으로 의료관광분야가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분야 인력을 키워 지역사회는 물론 학생들의 취업 등에도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다"

-간호학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간호학부는 세계총동문회도 운영한다. 올 들어 10월 미국 뉴욕에서 네 번째 총동문회를 가졌다. 당시 동문회에서 재학생 4명을 초청, 미국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선배들이 근무하는 대학 병원에서 견학도 했다. 할머니가 다 된 선배들이 손수 운전하며 안내하는 등 학생들에게 상당한 자긍심을 심어줬다. 학생들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김보경이라는 걸출한 뮤지컬 배우도 배출했는데, 특성화된 학과는.

"음악과의 경우 그동안 순수음악만 추구해 오다가 최근 시대 흐름에 맞춰 실용음악도 포함시켰다. 그래서 순수와 실용 분야 각 20명씩 총 40명을 뽑아 특성화시켰다. 또 대전의 전문대 중 유일하게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 사업에도 선정됐다. 여기에 포함되는 학과가 8개 정도인데, 이 사업과 맞물려 학과의 특성화 등을 통해 대학을 중부권 최고의 전문대로 만들겠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사업에 선정된 비결은.

"(내가)복이 많아 그렇다(웃음). 우선 4주 이상의 현장실습을 전공필수로 운영하고 있다. 또 '취업과 진로'라는 교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해 학생들에게 취업과 진로결정에 대한 마인드 고취에 주력하고 있다. 가족회사 확충 및 연계를 통한 학생들의 현장실습 확대가 취업으로 직결되는 우리대학만의 교육시스템이 주효했던 것 같다. 링크 사업 선정을 계기로 보다 체계적인 산학협력과 현장중심 실습을 강화하고, 산학협력 중점교수제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산학협력 선도모델도 창출하고 맞춤형 우수인재도 양성할 것이다"

-혜천대가 갖고 있는 강점은.

"교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설득하고 위기의식을 불어 넣어주는 일만 한다. 그러면 교직원들이 알아서 소통하고 문제해결 노력을 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전 교직원이 참여하는 채플 시간이 있다. 이 때 각 부서별로 회의를 하고 토론한다. 교직원 간의 불화가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웃으며)총장하기에 편하다."

-학력파괴와 맞물려 특성화고의 취업이 강화되고 있고, 4년제 대학도 취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비책은 무엇인가.

"맞다. 전문대로서 사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문대 총장들도 정부에 (전문대학을위한)정책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대학의 강점인 보건의료계열과 산학협력 계열을 보다 특성화하는 데 매진하겠다."

-연간 장학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포함해 연간 총 100억원 규모다. 전체 재학생이 4600여명이니 1인당 연간 약 200만원이 넘는다. 특히 정부로부터 대학이 받는 국가장학금이 전체 대학 장학금 편성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장학금 예산이 없어서 지급하지 못 하는 경우는 없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사업은.

"대학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이 취업이다. 작년 취임 때 '취업 100%'라는 대명제를 강조했다. 수치상 어렵겠지만 대명제인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70-80% 이상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취업전담교수제와 생활지도전담교수제를 묶어 '평생지도교수제'를 도입했다. 이는 입학부터 생활지도, 졸업 후 취업, 결혼 등 평생토록 학생들과 교수들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본에 충실하고 싶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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