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송년모임 트렌드

임진년도 40여일 밖에 남지 않으면서 송년회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묵은 한 해를 아쉬워하며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새해를 기다리는 송년회. 가족, 애인, 친구, 직장동료들과 마주 앉아 한해 동안 있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는 송년회는 다양하게 계획되고 있다. 삼겹살에 소주, 2차로 노래방을 가는 송년회는 고전적이고 진부하지만 여전히 교과서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먹고 마시는 고루한 송년회를 벗어나 지인과 함께 깊은 추억을 남김과 동시에 의미가 담겨있는 송년 모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연령별 선호하는 송년모임의 종류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송년모임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20-30대=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인 이들 연령대는 자유로우면서도 트렌드에 민감하다. 때문에 지인들과의 송년회에서도 이들 세대의 개성은 눈에 띈다.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이들은 호텔에서의 송년 파티를 계획한다. 주로 여성들이 호텔에서의 송년회를 겸한 `파자마 파티`를 계획하기도 하는데 주요 목적은 1박 2일간 먹고 마시자가 아닌 와인과 치즈케이크와 더불어 지인들과의 깊은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남기는 것. 시끌벅적한 연말의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친밀한 지인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식당에서 송년모임을 계획하더라도 연극이나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레스토랑에서 소수 지인들만 모여 문화 송년회를 계획한다. 이들 연령대의 남성들은 스키장이나 캠프장, 또는 펜션 등의 도심 외곽으로 떠나 그들만의 우정을 나누는 시간에 투자한다.

◇40-50대=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에 나설 이들은 송년 모임만 해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직장을 비롯해 거래처 등 자신의 직장을 위한 송년회를 비롯해 동호회, 동창회 등 개인 인적 네트워크의 송년회, 가족과 친구 등과의 송년회 등 연말만 되면 술에 취해 귀가하기 일쑤다.

하지만 유아기의 자녀가 있을 이들 시기에는 가정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때문에 최근 연말 송년회 자리가 1차에서 마무리되는데 앞장서는 것이 이들 연령대다.

이에 이들은 바쁜 일상을 쪼개 도심 속에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프에 주목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시 외곽으로 벗어나기에는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최근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에 캠프장이 붐비고 있다.

특히 글램핑(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으로 불리며 럭셔리한 캠프는 주로 도심 및 주요 관광지의 호텔에서 이들 연령층을 타깃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모든 캠프용품을 비롯해 식사까지 마련해주는 글램핑은 도심 속 자연을 즐김과 함께 가족과의 안락한 송년회에도 안성맞춤이다.

◇60대 이후=30대 못지않은 다양한 사회활동에 나서는 이들 연령대는 어느 덧 사회적으로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 단순 지인들과의 유대관계를 밀접하게 하는 송년모임에서 탈피해 자신의 주변을 돌이켜보는 여유를 갖고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주로 직장내 동호회나 개인 친목모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봉사활동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비롯해 직접 찾아가 사회 취약계층 집 보수작업, 사랑의 연탄 배달, 복지시설 위문 방문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진다. 퇴직 이후에도 왕성한 동호회 및 복지시설에서 배우는 댄스, 악기 연주, 연극활동 등은 가족들을 위한 공연으로 송년회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즐겁고 개성 넘치는 송년회에 참석하더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송년회는 가족들과의 만남이다. 거창한 레스토랑이나 일식, 한정식 등의 음식보다는 가족과 함께 따뜻한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배달음식을 먹더라도 최고의 송년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 화려하게 짜여진 송년회 보다는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TV를 보며 못다 한 정담을 나눠 보는 것이 어떨까. 김석모 기자 ksm11@daejonilbo.com

해마다 통과의례처럼 열리는 송년회에 대해 직장인 10명 중 6명 꼴은 달갑지 않다고 여기고 있고 2·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가 가장 주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일보가 지난 12일 대전시와 서구청, 대전지방경찰청 공무원 및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송년회 의식 설문조사` 결과 59명이 올해 송년회가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송년회가 기다려 진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13명에 그쳤으며 28명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참석하기 꺼려지는 송년회 유형을 묻는 질문에 직장인들 중 44%가 `2·3차 술자리 이어지는 송년회`라고 답해 끊임없는 술과 지루하게 이어지는 송년회를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9%의 여성들이 가장 꺼리는 것으로 선택해 술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상사 눈치 봐야 하는 권위적인 송년회`가 23%를 차지했으며 `의미 없는 정례적인 송년회` 17%, `직원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송년회`가 13%로 뒤를 이었다.

과거 참석했던 송년회 유형으로는 `먹고 마시는 송년회`가 87%로 압도적이었으며 `음악회, 연극 관람 등 문화 송년회` 8%, `시상식 및 장기자랑 등 행사 송년회` 4%, `기부 및 봉사활동 등 나눔 송년회`는 1%에 그쳤다.

올해 희망하는 송년회 유형은 `음악회 연극 관람 등 문화 송년회`가 55%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으며 `기부 및 봉사활동 등 나눔송년회` 16%, `먹고 마시는 송년회` 14%, `시상식 및 장기자랑 등 행사 송년회` 6% 등의 순으로 집계돼 문화 활동이 점차 활성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송년회 계획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음식점(한·중·양식 등)`이 68%를 차지해 여전히 대부분의 송년회가 먹고 마시는 송년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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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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