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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대전시만을 위한 과학벨트인가

2012-11-16기사 편집 2012-11-15 2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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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정치행정부장 hkslka@daejonilbo.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매입비와 관련해 지자체인 대전시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논지의 발언을 한 이후 충청권이 시끄럽다. 대전시와 시민사회단체는 박 후보의 이 같은 언급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쾌재를 부르며 연일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일련의 과학벨트 논란을 보면서 대통령의 '대못질'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 하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의심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발간한 대선공약집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34쪽 '대전·충북·충남편'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란 제목 아래 9행과 10행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해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이 연구소를 유치하겠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충청권 입지가 당연시됐던 과학벨트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의해 주도된 세종시 수정안이 제기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0년 1월에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과학벨트를 골자로 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을 뒤집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청인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결국 그 해 6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기에 이르렀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기가 무섭게 정부는 과학벨트를 상대로 정치적 '꼼수'를 부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에 대해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사실상 입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리고 나서 3개월 후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모 방식 대신 과학벨트 위원회가 후보지에 대한 분석 작업을 거쳐 직접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전국 39개 시·군(광역시 포함)의 53개 부지를 1차 대상지로 추렸다. 이후 5월16일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내 신동·둔곡지구를, 기능지구로 청원(오송·오창)·연기(세종시)·천안 등이 선정됐다.

겉보기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충청권 공약이었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약속을 지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또 다른 정치적 꼼수가 있음을 금방 읽을 수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맞지 않게 유독 과학벨트만은 분산배치를 택한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에 본원 15개를 비롯해 KAIST 10개의 연구단을 배정하고, 나머지 15개의 연구단은 경북권의 DUP와 광주 GIST에 배치한 것이다.

대전-대구-광주으로 이어지는 삼각 트라이앵글 형태로 과학벨트 구도가 잡히면서 예산도 나눠먹기식이 되고 말았다. 대전을 비롯한 거점·기능지구에는 전체 예산(5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조3000억원만 배정되었고, 영남권과 호남권에 2조원이 투입된다. 전국 대학 및 출연연 등에 설치될 개별 연구단에도 8000억원이 배정됐다.

과학계는 이런 분산배치는 결국 과학벨트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강력 반발했지만 정부는 거대 삼각형의 과학벨트가 오히려 세계 우수 과학기술자들을 우리나라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억지논리를 펴며 강행했다.

그렇다면 과학벨트의 현 주소는 어떤가. 이 대통령이 입이 닳도록 '국가 선진화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외치던 과학벨트라면 제 때 예산이라도 반영해야 하지 않겠나. 지난해 관련예산이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도 과학벨트 예산이 70% 가까이 삭감됐다. 더욱이 정부는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한 푼도 새해예산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12월2일 확정된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기초과학(연)과 중이온가속기 부지매입비는 거점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라는 문구를 내세워 대전시에 부지매입비 2000억원 이상을 부담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과학벨트 부지 매입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가 안되면 사업추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정부에서는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준 큰 선물쯤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마치 과학벨트가 대전시 만을 위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한 대로 국가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한 국책사업인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당연한 국책사업을 자꾸 지역과 연계한 사업이라고 주장한다면 국가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일정부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과학벨트 조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피해는 상상초월이다. 과학벨트의 핵심사업인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적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전액 부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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