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산 대전 현지사 주지

올해도 예년과 같이 66만 명이 대학입시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하여 며칠 전 대학수능시험을 치렀다. 오로지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비칠 때가 바로 이때다. 오늘은 독자들과 더불어 우리의 자녀교육에 대해, 특히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몇 가지 점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태교가 있었다. 조선시대 때의 일이다. 1800년 정조 임금 때에 사주당 이씨가 후손들을 위하여 본인이 체험한 태교를 정리하여 '태교신기'를 펴내었는데, 당시의 태교에 대해 소상히 전해주고 있다. 태교신기에서 사주당 이씨는 자기가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손들이 꼭 태교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태교를 잘하면 건강하고, 총명하고, 부모에게 효심이 있고, 복덕을 갖춘 아기를 낳을 수 있다. 과외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잘하는 총명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태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옛날과 같이 자연분만이 아니고 제왕절개수술로 큰 어려움 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으니까 태교에 대해 등한시하고 임신 중에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태교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마취를 하게 되는데 그때 태아도 마취제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태교는 정말로 신비로운 점이 한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교의 각고의 수행을 거친 대수행자가 삼매에 들어, 잉태된 태아의 모습을 보면 아기의 영혼은 40세 정도의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정신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상태에 있으며 산모의 심적 상태를 파악하여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배 속 아기가 어머니에 대해 가진 신뢰가 무너지면 태아가 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된다. 현지사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무료 태교 교육을 약 1000여 명에게 실시하여 왔다. 태교를 하여 태어난 아기는 분만 시에도 어머니를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도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로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대인은 철저하게 태교를 실천한다고 한다. 그 결과 유대인들은 세계적인 노벨상을 휩쓸었으며, 세계의 금융, 곡물, 석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의 정치 경제까지 배후에서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요즈음과 같이 먹을 것이 풍부하지도 않았다. 겨우 삼시세끼를 때울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에 대한 효심, 이웃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으로부터 매서운 꾸중을 들어야 했다. 인성교육 도덕교육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에서는 지식교육 일변도로 가고 있다.

요즈음 대부분의 젊은 부부는 아이를 하나만 낳아서 기른다. 따라서 어떤 부모는 자기 자식이 최고인 줄 알고 그냥 응석받이로 키우고 어머니 아버지에게 말을 함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아버지를 '너'라고까지 한다. 자식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이렇게 성장하여, 청소년기에는 컴퓨터 오락에 빠지고, 군에 가서는 탈영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온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여러 명의 여고생이 타게 되었는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무심코 들어보니 우리가 어릴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뉴스에 의하면 올해 8월까지 공식 보고된 학교폭력이 6700건에 달한다고 한다. 학교에는 학교폭력이 난무하고, 청소년들은 음란물을 즐기고, 컴퓨터 오락에 빠져 있다고 한다.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이와 같이 타락해 가고 있으며, 쾌락에 빠져 있다. 인성교육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사랑의 매를 들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집 아이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사고가 만연해 있다. 우리 국민이 세계의 시민이 되고 일류 국가의 국민이 되려면 정부의 교육 정책 당국자들과 일선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 선생님들이 크게 각성해야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님들부터 먼저 사랑의 매를 들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위인의 전기를 많이 읽게 하여 나도 크면 이런 위인과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은 인성교육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맹모삼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다시 되새겨 볼 때가 되었다. 나의 소중한 자식도 비교육적인 주변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우리 모두 태교에 더욱 관심을 가져서 지혜롭고 총명하고 건강한 아기를 낳고 또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잘 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훌륭한 성품을 갖춘 그런 젊은이들을 길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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