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예술센터 설계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

 원형 건물 도시 이질적 풍경과 화합 의도 돌출된 층 주변에 생동감·인지도 부여 아이들에게 예술 흥미 제공 센터 성공 요건
원형 건물 도시 이질적 풍경과 화합 의도 돌출된 층 주변에 생동감·인지도 부여 아이들에게 예술 흥미 제공 센터 성공 요건
'미니멀리즘'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븐 잡스'가 추구했던 디자인 철학이다. 불필요한 모든 것 들을 제거한 뒤 단순성 속에서 순수함과 우아함을 추구했다. 건축에서도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자신만의 창조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축가가 있다. 인천공항의 내부인테리어를 맡아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lmo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이번에는 대전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대전 원도심의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연정국악회관(舊 대전시민회관)'의 재건축 건물인 '대전문화예술센터(이하 문화센터)'의 최종설계를 맡게 된 것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때,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건축가 빌모트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문화센터의 설계에 대한 전체적인 콘셉트와 설계의도에 대해 그는 편안함과 문화적 경험을 강조했다.

"현대의 도시들은 그들의 문화적 표현을 수용하는 능력에 의해 특징 지어집니다.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뿐만 아니라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예술형식들이 세계의 대도시들을 점령하고 있죠. 이러한 도시의 주요 장소에 세워지게 되는 문화센터는 도시환경에 편안함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문화센터가 들어서게 될 대전 도심의 대지는 이러한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로와 대흥로가 교차하는 오르막길의 삼각형 대지는 멀리 서도 인지가 용이하며, 삼면이 도로를 향해 열려있죠. 이러한 주변여건은 문화센터가 물리적 랜드마크로서, 도시의 경계 안에서 중요한 문화적 표지판으로서, 그리고 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축제를 가능케 합니다. 이러한 문화의 축제는 건축적 표현을 통해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에 건축되는 문화센터에 '순수성', '단순성', '우아함'이라는 철학을 담고 싶다고 말한다. 공간적 구성 또한 이러한 철학에 맞게 각 공간마다 개별적인 미학을 추구하면서 대전의 지형과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대전의 복잡한 도시조직은 세월 속에 많은 변화를 거쳐왔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주변상황을 고려한 원형의 건물은 서, 남, 북 방향으로 열려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서 이것은 도시의 이질적인 풍경과 화합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시야가 열려있는 동쪽을 향해 살짝 솟아나온 상부의 볼륨은 건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먼 거리에서도 인지되는 기념비적 주 출입구를 형성하죠. 그리고 대지에는 건물의 배치에 의해 두 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공공 광장이 조성됩니다. 건물의 내부를 살펴보면 각 층은 각기 다른 기능이 부여되며 위와 같은 주변환경의 장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외부 공공광장에서 연결되는 1층에는 다용도 블랙박스형 공연장과 연결되는 웅장한 입구 홀이 존재합니다. 2층을 통해 공연장의 발코니 층으로 접근이 가능하며, 3층에는 중앙에 야외 조각공원을 품고 있는 전시장이 위치하죠."

그는 문화센터 건물 전체를 흰색으로 조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건축적 제스처는 의도적인 순수성을 내포한다는 것입니다. 문화센터는 원통형 볼륨 자체의 단순함과 주변에 반응하며 약간씩 다른 각도로 회전되어 있는 상부 층들로 인해 주변의 건물들 사이에서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러한 순수성은 프로젝트의 전 부분을 통해 구현되고 있으며 흰 색상의 선택은 그 정점을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단순성이 바로 문화센터가 복잡한 도시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인천공항, 가나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설계하는 문화센터는 기존에 한국에 설계된 건축들과의 어떤 유사성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을까?

"타 프로젝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프로젝트가 서는 대전 중구라고 하는 대지일 것입니다. 서울에서 140㎞ 떨어진 대전이라는 도시에 주변을 향해 열려있는 삼각형 형태의 대지. 이러한 대지의 특성으로 인해 건물의 양상은 확연히 타 프로젝트와 구분됩니다. 형태적으로 문화센터는 마치 오랫동안 파도의 움직임에 의해 마모된 한 조각 유리와 같이 도시의 흐름에 의해 연마되어 형성된 하나의 '미니멀리즘'적인 원형의 조각 오브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나아트센터와 인사아트센터는 이와 달리 내부 중심적이며 다른 주변 환경에 의해 덜 3 차원적인 형상의, 그러나 나름의 풍부한 표현방법을 지닌 프로젝트들이었죠. 이들 세 프로젝트의 닮은 점은 모두 건물 내부에 감춰진 외부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외부 공간은 건물 깊숙이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정적인 외부 공간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문화센터에 제안한 3층 전시장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내부 조각 공원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는 건축을 설계하는데 있어 디자인을 통해 내부와 외부, 재료와 구조의 연관성 등을 통해 가장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찾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완벽을 추구하는 건축가 답게 현지와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어떠한 공간 안에 있을 때에 편안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대개 그 건축물이 구조, 재료, 색깔 이외 다른 여러 물리적 관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센터에서도 공공광장과 입구 로비 홀 그리고 전시장 공간과 조각공원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내부와 외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죠. 현재 저는 파리사무소에서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파리사무소 이외에 외부의 건축가들과 한국의 지사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있죠. 이러한 지원 방식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24시간 프로젝트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 현지의 신화 엔지니어링과의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대전의 건축물에 대해 공모를 하게 된 특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의 진행 상황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희 회사 아시아 담당 매니저의 고향이 대전이기 때문에 대전과 그곳의 건축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대전 천 주변정비 계획(목척교 르네상스 프로젝트)을 제안하기 위해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하게 되었고, 대전시청에서 저희 회사 소개와 함께 대전의 도시계획에 대한 제안을 하였습니다. 당시 대전에 대해 매우 쾌적하고 도시조직이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프로젝트는 비교적 전반적으로 잘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촉박한 일정, 한정된 예산, 그리고 프로그램의 변화(스케줄 연장이 수반되지 않는) 등으로 인해 본래의 콘셉트에 대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한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대전 현지의 협력 사무소인 대전엔지니어링을 통해 건축주인 시청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방식은 우리를 대신해 건축 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설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로컬 건축가(신화 엔지니어링)에 대한 큰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로컬 건축가가 건축 주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우리의 디자인 컨셉을 프로젝트에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문화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예술 장르에 대한 흥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문화센터의 설립을 결정한 것은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키겠다는 대전시의 포부를 나타낸 것입니다. 문화센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가 다방면으로 예술을 지원하고 대전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이러한 초기의 결심을 지속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센터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예술장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결국 다음 세대의 화가, 음악가 등으로 성장하여 문화센터를 계속 살아 숨쉬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프랑스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 장 미셸 빌모트는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lmot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그는 도시 건축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가구와 장식품,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시각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건축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의 초대학장으로 임명되기도 했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내부설계, 파리 샹젤리제 거리 풍경 디자인 등을 설계 하였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디 아모레 갤러리 등의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다. 그가 디자인을 맡은 인천국제공항의 내부 인테리어는 실내에 심어진 소나무와 투명한 엘리베이터 등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전시의 연정국악문화회관 재건축 계획에 따라 2014년 완공 예정인 '대전문화예술센터' 설계 공모에서 당선돼 '(주)신화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와 공동으로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는 2009년 '목척교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을 당시 매우 쾌적하고 조직이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시아 담당 매니저의 고향이 대전이기 때문에 대전의 건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는 2009년 '목척교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을 당시 매우 쾌적하고 조직이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시아 담당 매니저의 고향이 대전이기 때문에 대전의 건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