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근본은 정성과 질좋은 식재료, 청결이죠. 정성껏 준비한 오리요리를 손님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방석 등도 제 손으로 만들었답니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요즘, 늦가을의 낭만과 추억이 흐르는 금강을 벗삼아 도심에서 맛보지 못한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충남 공주시 소학동 금강 구 도로변에 위치한 황토목조집 오리 전문점 `오얏골` 김미영(48) 대표의 말이다.

취미였던 요리와 소품 만들기가 생업으로 이어졌다는 김 대표는 맛깔나는 음식솜씨 만큼 따뜻한 식사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심한 배려심을 지녔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집은 황토진흙오리구이를 선보이며 나들이객의 발길을 붙잡는 숨은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전원의 가정집에 온듯 아늑한 분위기가 방문객을 맞는다. 목조주택 고유의 향과 고소한 음식냄새가 조화를 이루며 식욕이 샘솟는다. 창밖 너머로 보이는 탁트인 금강 전경은 눈을 즐겁게 하며 여유를 선사한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 대표가 직접 수놓은 독특한 디자인의 커튼과 티슈 커버 등 아기자기한 실내소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집의 간판메뉴인 `황토진흙오리구이`는 가장 좋은 맛을 낸다는 1.8㎏의 오리만을 사용한다. 견과류와 무화과, 대추, 밤, 인삼, 녹각, 당귀, 감초 등 20가지 재료를 넣어 황토진흙 토기에 담아 가게 한 켠에 설치된 가마에서 섭씨 400-450도로 꼬박 3시간을 익힌다. 접시 위에 오른 오리구이는 차르르 갈색의 윤기가 흘러 입맛을 유혹한다.

김 대표는 "가마에서 오랫동안 서서히 굽기 때문에 기름기가 쪽 빠져 고기가 부드럽고 담백하며 쫄깃하다"고 귀띔한다. 가마에 굽는 시간을 감안해 3시간 전 예약은 필수라는 당부까지 건넨다.

당초 가마에서 구이를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지만 음식에 워낙 욕심이 많은 김 대표는 2년전에 조리술을 익혀 손수 손님상에 내놓을 정도로 기술자가 됐다.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는 유황오리훈제는 향긋한 깻잎, 상추, 무절임 등에 쌈을 싸먹으면 아삭아삭 채소의 상큼함에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더한다. 겨자, 땅콩소스 등으로 만든 특제소스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영양찰밥의 찰지고 고소한 맛과 오리탕의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도 일품이다.

김 대표는 "영양찰밥과 오리탕의 맛에 반한 손님들의 만족한 표정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수줍게 답한다.

시원한 물김치와 도토리묵, 겉절이김치, 잡채, 고추튀김, 말린 고구마 튀김, 각종 과일을 갈아 만든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등 밑반찬도 직접 만든 것들이라 고향집에서 만날 수 있는 정갈한 맛이 느껴진다. 김 대표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재래시장에 들러 직접 발품을 팔며 식재료를 골라요. 눈으로 직접 보지않고서는 재료의 품질을 확신할 수 없거든요"라고 덧붙인다. 제철에 맞는 밑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가게 한 켠에서는 고추, 고구마 등을 말리는 작업도 한창이다. 김 대표는 "손님들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명품 요리를 대접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각오를 말했다.

충남 공주시 소학동 20-2번지. ☎041(853)5292.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오리진흙구이 5만2000원(3시간전 예약) △유황오리훈제(한마리) 4만6000원

글·사진=이지형 기자 ljh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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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오리훈제
유황오리훈제
가마에서 오랜 시간 구워진 오리진흙구이는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가마에서 오랜 시간 구워진 오리진흙구이는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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