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CEO를 만나다 - 선명숙 기품 대표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선명숙<사진> 기품 대표가 걸어온 요리 인생의 출발점은 이처럼 좋은 음식,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선 대표는 "국내에 참살이(웰빙)열풍이 불기 전인 16년 전부터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연구하고 강의했다"며 "한식을 가르치면서 떡에 대해 공부해보니 정말 긴 전통을 지닌 소중한 우리 것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떡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떡은 모든 재료가 자연에서 얻어진다는 점에서 그를 매료시켰다.

한국인의 식탁에 건강에 좋지 않은 빵이 자주 오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에게 자연의 재료로 만든 떡을 연구하는 것은 숙명처럼 느껴졌다.

선 대표는 십 수년간의 연구와 강의를 통해 대전지역에서 손 꼽히는 떡 명인으로 자리잡은 뒤 그간의 노하우를 담아 지난 2010년 떡 카페 '기품'을 열었다.

기품이 중점을 둔 것은 수제떡의 고급화였다. 선 대표는 가장 좋은 재료와 올 곧은 정신이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무농약쌀 등 좋은 재료만 고집했다.

떡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도 절반 이상 줄였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많았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떡에 들어가는 설탕량을 크게 줄였더니 "달지 않으면 맛이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기 때문.

선 대표는 "어떻게 하면 기품을 성공시키면서 웰빙도 추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건강한 음식을 찾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설탕을 적게 넣는 방식으로 밀고 나가야 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때 고집대로 밀고 나간 것이 결과적으로 기품이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매니아가 많아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슬로푸드(Slow food)인 떡을 주문시간에 맞춰 만들기 위해 새벽 2시부터 조리실에 들어서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고객이 맛있다고 말하는 칭찬 한 마디만 있으면 모든 어려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선 대표는 세계인의 식탁 위에 우리 떡이 식사대용으로 올라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대전의 연구단지를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한국의 전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떡 박물관이나 체험공간 등도 만들고 싶다"며 "세계인에게 우리 전통을 알리며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지 음식 전문가로도 잘 알려진 선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전통음식을 공부하며 전통음식에 깃든 의미와 정신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선 대표는 "국내서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조해주는 정책이 마련돼야 관련 인재를 육성하고 우리 한식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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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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