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에 미래있다]9. 산비들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자리잡은 주식회사 산바들(대표 김문규)은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산바들이 청정지역에서 들여온 가장 좋은 재료를 수작업으로 가공해 생산하는 천연조미료는 착한 소비의 대명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수익금 전액을 지속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투입하면서 어르신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산바들을 살펴봤다.

◇어르신 일자리 전문기업 산바들=사회적기업 산바들은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덕구시니어클럽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0년 5월 대덕구시니어클럽 개관 이후 같은 해 10월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산바들 사업단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첫걸음을 뗐다.

2011년 7월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지 10개월만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주식회사 산바들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산바들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사회적기업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는 것이 김문규 대표의 설명이다.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산바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매출 성과를 달성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천연조미료에 대해 어르신들이 직접 홍보대사로 나섰기 때문.

국내 최초 천연조미료 선물세트도 개발해 명절 때는 76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대덕구와 중구 소재 학교 7곳과 기관 2곳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대전시청 내 TJ마트 입점, 온라인 쇼핑몰(www.anomart.co.kr) 운영 등을 통해 끊임없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로 인생의 활기까지=현재 산바들에서는 9명의 어르신들이 생산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평균나이 70대 안팎의 어르신들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천연조미료 생산과정을 완벽하게 소화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전남 완도와 장흥에서 들여온 최고급 멸치와 다시다, 표고버섯이 손질작업과 건조, 조리, 분쇄작업을 거쳐 포장에 이르기까지 14번 정도 손이 가는데 일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마냥 어렵기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직접 조미료 생산작업장을 견학하며 적극적으로 일을 배우고 익히면서 이제는 천연조미료 만들기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일이 익숙해진 만큼 건강을 되찾는 어르신도 많아졌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르신들이 규칙적인 일을 통해 신체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회복해 더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다"며 "어르신들 스스로가 일자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표현하니까 처음에는 걱정하던 가족들도 지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착한 상품 구매하는 착한 소비 강조=산바들은 "사회적기업 제품구매는 곧 사회환원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산바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이 전액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에 사용되는 것처럼 사회적기업의 제품구매는 곧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서비스 제공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착한소비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전달하는 `착한 소비 3·6·5 운동`도 펼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진행 중인 착한소비 3·6·5 운동은 1년 365일 착한 소비를 통해 36.5℃의 따뜻한 체온을 나누자는 의미의 대안적 소비문화운동이다.

최근 산바들은 지난 2년간 산바들 제품을 애용한 고객을 중심으로 제품 개선에 관한 설문도 진행 중이다.

고객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상품개선에 반영하고 더 나아가 전국 시장에서도 산바들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산바들 제품이 전국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홍보하는 한편 홈쇼핑 판매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매출 성과로 정부 지원없이도 어르신에게 평생 직장을 제공하는 산바들로 자리잡고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퇴직금 지원 등 현장중심 정책 필요"-김문규 대표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닌 퇴직자들이 자신의 훌륭한 장점과 능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싶습니다."

김문규(사진) 사회적기업 산바들 대표는 "어르신이 바른 일자리에 참여하고 정착하면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일가친척 등 최소 20명이 행복해지고 이는 곧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수년간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현재도 사단법인 아노복지재단의 이사장이자 대덕구시니어클럽 관장, 푸드마켓8호점 점장, 사회적기업 산바들 대표 등 네 가지 역할을 겸하며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그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지능장애를 안고 자란 경험이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픔을 경험한 그가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경험한 아픔으로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됐고 7년간 독거노인을 돌보면서 어르신을 위한 튼튼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산바들이 빨리 성장해서 어르신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목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직금 지원, 초기 정착비 지원, 사업개발비의 포괄적 지원 등 사회적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이 이뤄질 때 사회적기업이 더욱 빠르게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제품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홍보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홍보와 이해가 부족한 탓에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회적기업 자체적으로는 홍보나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고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예지 기자

청정재료 천연조미료 불티 더덕향 한과세트도 인기

산바들에서 생산하는 천연조미료는 100% 순수 국내산 재료로 만들어진다.

청정지역인 전남 완도에서 들여온 멸치와 다시마,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장흥산 표고버섯이 청결하고 쾌적한 위생·조리시설에서 천연조미료로 재탄생한다.

원료의 질을 점검하고 손으로 다듬은 뒤 10시간 가량의 건조작업을 거쳐 볶고, 갈아내고, 포장하는 전 과정을 어르신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만큼 정성스러운 마음도 가득 담겨있다는 것이 산바들의 설명이다.

산바들이 국내 최초로 만든 천연조미료 선물세트는 명절 선물로 특히 인기가 많다. 산바들 매출이 명절을 기점으로 7000여만원까지 껑충 뛰어오르는 이유다.

최근에는 산바들 더덕향 한과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100% 국내산 더덕과 울금, 딸기, 자색고구마, 뽕잎, 흑미쌀 등을 사용하는 더덕향 한과 선물세트는 2만 5000원에서 10만원 선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문의= ☎042(633)8012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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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들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산바들 직원들이 천연조미료 제작을 위해 수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2daejonilbo.com
산바들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산바들 직원들이 천연조미료 제작을 위해 수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2daejonilbo.com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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