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과다 차입에 의존해 주택을 구입한 가계 등 특정부문의 취약성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영업자 부채는 430조 원 내외이고, 가구당 부채 규모 역시 9500만 원으로 임금근로자의 두 배 정도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19.1%로 임금근로자보다 훨씬 심각한 구조를 보이고 있어 문제이다.

자영업자의 부채의 성격은 임금근로자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임금근로자 부채의 용도는 아파트 등 부동산 구입 목적이 대다수이지만, 자영업자는 가계자금과 사업자금의 구분이 모호하고 사업 투자 및 운영자금에 상당부분 충당된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임금근로자 부채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하우스 푸어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반면에 자영업자의 부채는 자영업의 경영위기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 부채 대응정책은 임금근로자와는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영업자 부채의 증가는 자영업자의 급속한 증가와 관계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중 자영업자 수는 58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 명(2.2%) 늘었다. 7월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지만 2006년 이후 감소추세에 있던 자영업자가 2011년에 이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자 부채 증가는 일종의 일자리와 투자의 증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2002년 자영업 붐이 과잉투자로 이어져 자영업의 경쟁 격화와 연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멕시코 그리스 등 국가 그룹과 유사하게 OECD 국가 중에서 이상적으로 많은 국가이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영세하고 음식업 미용업 등 다소 생산성이 낮은 부분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 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2002년에는 IMF 경제위기의 여파로 대량 구조조정된 사람들이 신규 자영업자의 주류였다면, 2011년에는 50대 베이비 붐 세대 은퇴자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아직 왕성한데도 조기 은퇴한 사람들이 제2의 인생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제조업 등 정규 노동시장에서 잡아주지 못하는 인력이 자영업으로 흘러가는 것을 비판만 할 수 없고 자영업의 생존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제2의 자영업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경제적 상황이다. 2012년 10월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10월 경제심리지수는 87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5개월 연속 내림세이며 기준치 100을 밑돈 것이다. 경제심리지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것으로 BSI나 CSI처럼 기준치인 100 이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과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세계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져들고 있어 현재의 경기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영업자 부채는 경제 불황, 부동산 침체, 자영업 경기부진 등 거시적 경제변수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자영업 위기가 자영업자 부채라는 뇌관의 폭발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충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자영업 위기가 자영업만의 위기가 아닌 것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금융기관의 위기와 함께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제2 금융권 등에 산재되어 있는 고금리의 악성부채를 금리나 상환기간 등에서 안정적인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미소금융으로 통칭되는 금융권의 다양한 소액 대출도 신규창업 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악성부채를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발생 가능한 악성 가계부채를 담을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금융시장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채권의 발행 등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에 대한 환상도 제어될 필요가 있다. 외형적으로 볼 때 우리 자영업은 과포화 상태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생존 확률은 극히 낮고, 생존에 성공한 극히 일부도 강력한 신규 진입자의 위협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을 자유시장 경쟁하에 그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진입장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의 노동력이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영업 이외의 새로운 대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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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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