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에 미래있다]⑧ 야베스공동체

 '야베스공동체'는 소외계층의 자활의지를 돕기 위해 고용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야베스공동체 직원들이 자활교육을 통해 정성스럽게 만든 숯 분재를 살펴보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야베스공동체'는 소외계층의 자활의지를 돕기 위해 고용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야베스공동체 직원들이 자활교육을 통해 정성스럽게 만든 숯 분재를 살펴보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노숙인이 된 후 삶의 의지를 잃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대표 원용호)는 노동취약계층인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자활의지를 심어주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대표 사회적기업으로서 100% 취약계층 고용을 고집하며 유의미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는 야베스공동체를 찾았다.

◇노동취약계층 노숙인의 자활을 돕다=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대표 원용호)는 노숙인 복지사업을 펼치는 사회복지법인 `벧엘의 집`에서 출발했다.

IMF 이후 대전역 일대에 급격히 확산된 노숙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벧엘의 집이 세워진 이후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지난 2006년 노숙인 자활을 위한 야베스공동체가 설립됐다. 당시 금산에 사업장을 두고 노숙인 11명과 함께 문을 연 야베스공동체는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수반제조업으로 첫 걸음을 뗐다.

이후 분재, 원예관련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고 `클린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세탁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사업 범위가 넓어질수록 야베스공동체에서 일하는 노숙인도 많아졌다. 사회적 일자리와 관련해 정부지원을 받을 동안에는 40여 명으로 참여인원이 늘기도 했다.

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 모든 외부지원이 종료된 현재는 13명 정도의 노숙인이 야베스공동체와 함께하고 있다.

◇노숙인 자활의 어려움을 딛고=노숙인 자활사업체라는 이름표를 달고 출발한 야베스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차가운 시장의 반응이 장애물로 다가왔다. 일반 제품의 질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노숙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신뢰하지 못하는 시각이 강했다. 삶의 의지를 잃은 노숙인에게 자활의지를 다시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노숙인의 특성상 한 곳에 안착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성향이 강해 야베스공동체의 근로자도 자주 바뀌곤 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생산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것이 원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야베스공동체 근로자 중에는 4년 넘게 일해온 노숙인도 있다.

원 대표는 "다양한 주변 요건으로 인해 노숙인이 된 이들은 가정과도 단절돼 있고 빚 때문에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할 수 없어 미래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며 "야베스공동체에서 서로 의지하며 오랜 기간 일해온 노숙인들은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노숙인 위한 더 많은 일자리를 목표로=전체 근로자가 100% 취약계층으로 구성된 야베스공동체는 앞으로도 노동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야베스공동체는 새로운 수익사업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야베스공동체가 커피관련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커피산업이 국내서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생두를 수입해서 직접 로스팅한 뒤 납품하는 방식을 택했다. 앞으로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생두로 `착한 커피`를 판매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커피를 테마로 한 공정여행까지 구상하고 있다.

원 대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자립의지를 잃은 노숙인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봐주고 용기를 북돋을 때 이들도 다시 일하며 살아갈 의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