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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게임이론

2012-10-26기사 편집 2012-10-25 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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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연 순 교육문화부장 yss830@daejonilbo.com

'게임이론'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단골 연구 분야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시가 게임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1994년)을 수상했다. 이스라엘의 로버트 아우만과 미국의 토머스 셸링도 '갈등과 협력의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2005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61)와 로이드 섀플리 UCLA교수(89)가 채택한 연구 방법도 '협조적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의 창시자는 존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1944년에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현대 게임이론의 고전으로 불린다. 이제 게임이론은 12월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유력한지를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많이 쓰인다. 비단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학, 경영학, 수학 같은 다양한 학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래 게임이론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출발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임이론이다. 두 공범자가 서로 협력해 범죄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다.

그러나 먼저 자백하는 사람의 형을 낮춰주겠다는 경찰의 말에 둘 중 한 명이 자백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이 범행을 부인하면 자백한 사람은 가벼운 벌을, 부인한 사람은 무거운 벌을 받는다. 서로 끝까지 의리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배신할 것인지에 따라 무혐의에서부터 중벌에 이르기까지 결과가 달라진다. 상대방을 믿고 신뢰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로 신뢰하고 돕는다면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다.

로스 교수는 주로 게임이론과 시장 설계(Market Design)에 관해 연구해 왔다. 시장 설계란 시장이 없는 분야에 새롭게 시장을 설계해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로스 교수는 특히 올해 초부터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김대중 교수와 장기(臟器) 교환이식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김 교수는 2005년 세계 처음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신장이식 교환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로스 교수와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 교수는 학생과 학교, 장기 기증자와 장기 기증이 필요한 환자처럼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연결돼야 효과적으로 자원이 배분될 수 있는지를 집중 연구했다.

그 대표적 예가 2003년 로스 교수의 제안으로 바뀐 뉴욕시 공립학교 배정 제도다.

미국도 대학 입시철만 되면 수험생들의 치열한 눈치 작전이 벌어진다. 종전까지 뉴욕시의 공립학교 배정은 학생이 1-5순위 지망학교를 써내면 학교가 이를 보고 학생을 선택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실력 있고 운 좋은 학생은 여러 학교의 입학 제의를 받지만 실력이 모자라고 운 없는 학생은 모든 학교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로스 교수는 한 학생이 두 학교에 다닐 수는 없는 만큼 비효율적인 자원분배가 일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즉, 한 학생이 가장 가고 싶은 한 학교에만 지원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일단 합격자를 뽑고 여기서 떨어진 학생을 모아 다시 한 학교씩만 지원토록 한다. 이런 방법으로 마지막 한 학생이 합격할 때까지 계속 합격자를 추려 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정적 배분'이 이뤄지게 된다. 레지던트로 병원에 처음 취직하려는 의학도들에게 최적의 직업을 매칭해주는 '국립 레지던스 매칭 프로그램'도 로스 교수의 작품이다.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친구이기도 한 로이드 섀플리 교수는 '섀플리 값(Shapley Value)'을 개발해 '협조적 게임이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섀플리 값'이란 어떤 프로젝트에 여러 명이 참여했을 때 참가자들의 공헌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나누는 이론이다. 이는 협력적 게임이론에 토대를 둔 분배이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교통 분담금을 정할 때 '섀플리 값'을 적용하면 이용자들이 내야 하는 가장 '적절한 값'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섀플리 값을 이용한 수박 브랜드 통합의 경제적 이익 배분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로스와 섀플리 두 학자를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선택한 것은 유로존 등 세계 경제위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전통 경제학자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경제위기 극복에서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win-win)게임', '협조적 게임이론'을 통한 글로벌 공조로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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