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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모순

2012-10-22기사 편집 2012-10-21 21: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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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중 충남대 영어교육과 교수

#1. 매일 보는 일간지에는 적어도 한두 건의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다. 요즘에는 더욱 악질적인 범죄로 청소년이나 어린이 성폭력범에 대한 기사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아동 성폭행범들과 관련 동영상을 소지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저녁과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돌의 공연무대가 TV에 방영된다. 인터넷에는 아이돌에 관한 기사와 선정적인 사진이 난무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돌 중에는 미성년자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그들의 사진이나 공연무대는 선정적이고 기사의 제목은 '하의실종' 등과 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가 등장한다.

#2. 정부에서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평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고등학교를 특성화시키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얻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또한 지역 간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정부 고위 관료나 대기업의 임원 인사가 있을 때면 신문에는 해당 관료나 임원의 이름과 함께 출신지역,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이 명시된다. 신문사에서 자발적으로 입수한 정보를 실을 수도 있지만 관련 자료는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제공하게 된다. 이 정보를 굳이 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해당 인사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과거의 경력만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닐까.

#3. 주택난이 심각하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집이 모자라서 문제인 것은 아닌 듯싶다. 아마추어의 생각이지만 매매가는 현상유지거나 떨어진 반면에 전세가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하게 말해서 수요자가 매매가격이 더 하락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즉, 주택 공급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아파트는 여전히 계속해서 세워지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의 매매가도 납득할 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

#4. 보험설계사가 찾아왔다. 필자가 예전부터 꾸준히 납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들고 있는 보험의 내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한 후 신청해야 한단다. 회사의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도 담겨 있다.

내가 가입하고 있는 상품의 내용과 내역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당연히 설명을 해 줘야 하는 사항이 아닌가. 내가 먼저 신청한 것도 아닌데 불쑥 찾아와서는 상담을 위해 신청서에 서명을 해 달란다. 뭔가가 잘못된 경우다.

#5. 학생들에게는 수업할 때마다 시험과 과제를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말한다. 앞으로 있을 임용시험에 대한 대비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서 밀도 있게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좀 부족한 내용의 과제를 받으면 제출시한에 딱 당해서 하기 때문이라고 질책한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어딘가에 글을 제출하거나 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할 때면 마감시간을 바라보며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번 보내주는 대일논단의 글도 머릿속으로만 문구를 얽고 있다가 마감기일 하루 전에야 본격적으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다.

모순이란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하나의 의미내용이 두 개의 개념 사이에서 서로 상반되는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과 우리 자신의 삶 자체에는 모순적인 모습이 무수히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그야말로 너무나 많은 모순들 중에서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예이다.

그런데 모순의 위험성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모순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데 있다. 그럴 경우 모순의 간극은 점점 더 멀어져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 선정을 조장하는 분위기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처럼 되어 버릴 것이고, 보험 회사는 점점 더 모순되는 일을 고객에게 요구할 것이다. 나 자신의 모순으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이 부재의 상태로 변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남에게 요구하는 가치판단의 잣대와 내 행동이 달라도 창피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가치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년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걸음이 시작되는 해이어야 한다. 나 자신의 모순을 생각하고 내 주변의 모순을 둘러보자. 나부터 정확하게 인지를 해야 다른 사람들도 인식을 하게 되고 결국엔 모순의 간극이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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