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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귀농, 결코 만만한게 아니다

2012-10-19기사 편집 2012-10-18 21: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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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식 지방부장 lksnek@daejonilbo.com

농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일은 힘들고 소득은 적고 생활은 불편해서 젊은이들이 너 나 없이 도시로 떠나 이농현상이 사회문제화 됐었다. 어쩌다 남은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못해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캠페인을 벌였고 국내에서는 신붓감을 구하지 못해 중국이나 베트남·필리핀 등 외국에서 구해 와야 했다. 이 결과 단일민족이라는 우리 고유의 정체성은 쏙 들어갔고 그 자리에 다문화가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했다.

이랬던 농촌이 최근 들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든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든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이름 하여 귀농·귀촌인구의 증가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귀농·귀촌가구는 1만 503가구, 인구수로는 2만 3415명이다. 귀농·귀촌 가구 수 집계를 시작한 2001년 880가구였던 것이 2005년 1240가구, 2010년 4067가구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1만 가구를 넘기며 2010년의 2.6배, 2001년보다는 10년 만에 무려 12배에 달했다. 귀농·귀촌 증가세는 올 들어서도 계속돼 상반기 8706가구 1만7745명 이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엔 그 수가 2만 가구, 4만 명을 넘을 가능성도 높다.

귀농·귀촌을 주도하는 계층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붐 세대다. 귀농·귀촌 인구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인 것만 봐도 정년을 맞은 베이비 붐 세대가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기 위해 귀농과 귀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들은 산업역군으로 치열하게 살면서 그동안 부모부양, 자녀교육 등에 힘쓰다 보니 자신들의 노후대책은 제대로 준비된 게 없다. 이런 현실에서 막상 은퇴가 다가오니 농촌 품에 안겨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또 영농 기계화와 농업기술·품종개발로 과거 힘만 들고 돈벌이가 안 된다는 선입견을 깨고 고소득 농업인이 속속 나오면서 농업과 농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30-40대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농사보다는 자연과 함께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쾌적한 농촌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전원생활형 가구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농촌정착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농삿일이 녹록치 않다. 일부 소개되는 성공한 귀농인은 달콤한 유혹에 불과하다. 햇볕에 탄 검은 농부의 얼굴, 이마의 깊은 주름 뒤의 숨은 힘든 영농 과정을 보아야 한다. 기계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이 들여야 하는 품이 적지 않다.

열악한 교육·주거환경, 병원이나 시장, 극장 등 문화·복지 시설 부족으로 인한 생활 불편도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다.

지역 주민들과 융화도 간단하지가 않다. 도시가 폐쇄적 개인주의라면 농촌은 완전히 열려 있는 개방문화, 공동체문화라 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이웃 일에 전혀 관심이 없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반면 농촌은 이웃의 애경사에 내일처럼 찾아가 축하해주고 슬퍼해준다.

원대한 꿈만 안고 철저한 준비와 단단한 각오 없이 농촌으로 갔다 적응 못하고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짐을 싸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농촌생활이 휴머니즘과 낭만이 넘쳐나고 고상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찬란한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생활 이면에 숨어 있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먼저 갖춰야 한다.

귀농·귀촌 증가는 분명 중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시작이다. 도시 과밀화 및 장년층 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동화돼 가는 농어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노령화·부녀화된 농촌인구에 젊은 피 수혈이 되고 지역 간 불균형 등 우리 사회 고질병 가운데 많은 것을 완화해 줄 수 있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방세수 증대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

정부나 농정기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귀농·귀촌을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기들 시·군의 특성에 맞는 당근책을 만들어놓고 마음 잡기에 온 정성을 쏟는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침체의 늪에 빠진 농촌을 살리기 위해선 이만한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정부 정책이나 유인책 대부분이 정보제공과 효과적인 교육기회 제공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귀농·귀촌 지원이나 유인책이 농촌사회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양적 확대보다 질적 안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농의 시대에서 귀농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날수록 활력 넘치는 농촌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귀농·귀촌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방안 모색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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