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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참을 수 없는 축제의 가벼움

2012-10-12기사 편집 2012-10-11 2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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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융진 지방팀 부국장 yudang@daejonilbo.com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도래했다. 충청도 각 시·군, 아니 전국에서 너도나도 축제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나름 특장을 내세우며 찾아와 달라고 아우성이다. 하니 축제 없는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축제 하나라도 마련하지 않은 곳이 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의아스러울 정도다. 남들은 말이 되거나 말거나 축제를 한다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축제의 계절 10월에 그 축에 끼지 못한다면 그 지방자치단체장은 능력을 의심당하기 십상이다. 해서 목하 전국이 축제판을 연상케 한다. 마찰력 없는 축제의 톱니바퀴에 끼어 돌아가는 듯하다.

축제의 톱니바퀴를 멈출 수 있는 제동장치는 없고 원동력만 커져 간다. 이 톱니바퀴를 멈출 수 없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공명심에 혐의가 간다. 어느 자치단체서 무슨 축제를 벌였는데 성공적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치자. 이 소식을 접한 자치단체장들의 뇌리에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축제를 벌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차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심하면 한 시·군에서 선보이는 축제만도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렵게 된다.

다음은 자치단체장의 재선에 대한 불안감을 위협하며 너도나도 축제를 벌일 테니 지원해달라는 주민들의 욕심도 또 다른 원동력이다. 여기에는 시·군 간 경쟁력만큼이나 한 시·군 내서 읍·면단위의 경쟁력이 발동하게 마련이다. 하기는 해야겠기에 소재를 찾다 보니 마을 뒷산 이름을 딴 꽃축제, 감자축제, 고구마축제 대개 이런 식이다. 이런 축제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겠는가. 읍·면단위 축제는 그 지역에 있는 기업에게는 정말 달갑지 않는 행사다. 해마다 그곳에서 기업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만 얼마씩이라도 성금을 내놓아야 한다.

축제의 기본 속성 중 하나는 일탈 속에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보령의 머드축제가 대표적이다. 보령 머드축제의 경우 축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상을 다수 수상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축제는 대체적으로 특히 전설이나 설화 또는 역사적 사실에서 스토리텔링을 따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여기에 '내년에도'라는 축제의 지속성을 살려낸다. 물론 그런 축제도 상당하다. 그러나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숱한 축제들은 그렇지 않다. 내용이 빈약한 소재로 굳이 축제를 만들었으니 현장에서 보는 관광객들에게 민망함만 안겨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참가자에게 즐거움은커녕 부담감만 주는 축제도 즐비하다.

이렇듯 관광객들의 눈에는 축제가 축제답게 여겨지지 않으니 주최 측도 머쓱해 한다. 그래서 붙인 명분이 그럴듯하다. 대부분 지역 특산물의 우수성과 해당 지역의 이미지를 홍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제현장에 가보면 진행요원이나 '그 동네 사람들'이 절반이 넘을 정도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축제는 차라리 동네잔치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주최 측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명분이 무색해진다.

더욱이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억새와 구절초, 계절에 따라 주꾸미·대하·전어 등 웬만한 곳에는 다 있는 소재로 관광객을 불러 놓고, 메뚜기도 한철이라며 바가지 씌우는 축제도 있다. 그래놓고는 이번 축제에 몇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경제효과가 얼마만큼 있었다고 자화자찬한다. 결산하면서 바가지가 지적되지만 관행은 계속된다.

농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는 더욱 가관이다. 캐기체험이 주제이나 현장에서는 부제로 전락된다. 현장에서는 흥을 돋운다며 중국의 기예단 공연을 곁들인다. 한때는 아이들 민망스럽게 벨리댄스팀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기도 했다. 흥청거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려다 보니 싸다는 이유로 중국 기예단을 쓰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억지로 벌이는 축제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문제는 이런 축제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주최 측도 알고 있지만 매년 반복된다는 데 있다. 외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선택'에는 대열에서 탈락하는 축제를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어떤 축제 주최 측이 탈락되도록 보고만 있을 것인가, 표로 자치단체장을 위협하면 해결이 난망하다.

시·군이 주최가 되는 행사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구조조정이 한결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읍·면단위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실마리를 풀기가 어렵다. 개최라는 본질보다는 지원이라는 비본질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읍·면단위 주최 측의 공명심과 지원이란 달콤한 꿀물을 마다할 이 누구겠는가. 올해도 이와 같은 축제는 벌어질 테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더구나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축제를 마련하지 못한 읍·면은 이웃의 축제를 지켜보면서 '우리 축제'는 뭘까 골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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