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에 미래 있다] ⑥ 건강카페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건강카페'는 착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건강카페'는 착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예비사회적기업 건강카페(대표 정운석)가 장애인 고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전시청에 자리잡은 건강카페 1호점은 매일 700여명이 찾을 뿐 아니라 전국 시·도에서 벤치마킹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장애인 직원들은 건강카페를 통해 비장애인들과 소통하고 자립의 꿈을 키우는 등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건강카페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봤다.

◇장애인 고용카페로 지역 사회적기업에 활력=대전시청 1층 로비에 위치한 건강카페 1호점은 매일 700여 명의 시민과 공무원이 찾는 대전의 명소다.

30.5㎡(약 9평) 넓이의 공간에서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북적이면서 향긋한 커피와 차, 음료 등을 매일 구워져 나오는 우리밀 빵, 쿠키와 함께 판매한다.

겉보기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이 곳이 연간 20만명이 찾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건강카페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마주하고 그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의 제안으로 진행된 건강카페는 지난 해 2월 사회복지법인 다원(茶園)이 운영하는 장애인 고용 카페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 직원 13명이 일반 직원 5명과 함께 하루 3-8시간을 근무하며 자활 및 사회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카페로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도 많았다. 일상적인 대화조차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물건 값을 제대로 계산하고 서비스하는 것을 익히려면 6개월 이상 훈련기간이 소요되기 때문.

하지만 사회복지사와 전문 바리스타의 꾸준한 자활 훈련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통해 건강카페는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로 거듭났다.

정운석 건강카페 대표는 "많은 시민들이 건강카페를 통해 중증장애인을 접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착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건강카페의 장애인 직원들도 시민들이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거는 데서 삶의 즐거움을 얻으면서 일상적인 기능이 더욱 좋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가격 착한 상품, 손님이 먼저 알아봐=건강카페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데 있다.

건강카페에서 판매하는 우리밀 빵과 쿠키는 사회복지법인 다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한울타리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하루 두번씩 건강카페에 배달된다.

당일 만들어서 당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맛과 상태를 유지한다.

시청 직원이나 민원인 외에 순수하게 건강카페만을 찾는 일반 손님 중에는 빵을 사러 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착한 가격도 인기다. 건강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액상 더치커피는 정수로 12시간 이상 내려 커피의 신선함과 진한 향은 살린 반면 가격은 한 잔(Take-out 기준)에 1500원으로 저렴하다. 마트에서 개당 1000원에 판매하는 오렌지를 3개씩 넣은 오렌지주스도 2800원으로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도매가를 고려하더라도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착한 가격에 판매되는 착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건강카페의 계산대 앞에서 손님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건강카페가 진실한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을 시민들이 먼저 알고 찾아주더라"며 "싸게 많이 판매하려 노력하고 버는 것이 있으면 장애인을 더 고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 장애인 카페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으로 퍼지는 건강카페 열풍=국내서 건강카페가 장애인 고용카페의 성공 모델로 손꼽히면서 전국적으로 건강카페 열풍이 불고 있다.

다른 시·도 관계자들이 건강카페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접 대전시청을 찾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광주의 `이룸카페`와 `카페홀더`, 부산의 `카페C`, 충북의 `꿈드래카페`, 포항의 `히즈빈즈카페`, 인천의 `나비북 카페` 등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건강카페를 벤치마킹해 전국 곳곳에서 개점했다.

일본 삿포로시가 건강카페를 역(逆)벤치마킹 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건강카페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삿포로시를 방문했을 때 삿포로 시청 내 `원기카페`를 보고 벤치마킹한 것인데 이후 건강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우에다 후미오(上田 文雄) 삿포로 시장이 역벤치마킹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건강카페를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선정하면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카페나 매점 등을 설치할 경우 이번 사업을 통해 최대 5000만원까지 시설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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