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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곧은소리] 일본의 지식인 한국의 지식인

2012-10-09기사 편집 2012-10-08 2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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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동북아 지역에서 때아닌 영토분쟁의 파고가 높아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를 비롯한 일본의 지식인 1300여 명은 지난 9월 27일 흔연히 나서서 영토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그들 일본의 지식인들은 "일본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지명) 편입은 러·일전쟁 중인 1905년 2월, 한국이 (일본에 의해) 외교권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 국민에게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기점이며 상징이라는 사실을 일본인들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지금 문제되고 있는 "두 가지(독도와 센카쿠(중국명 釣魚島)) 문제는 모두 일본의 아시아 침략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일본 정부를 향해 호통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용감한 발언인가!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했어야 할 일을 일본의 지식인들이 먼저 하였으니 얼마나 존경할 일인가!

이러한 발표는 지난 9월 26일, 당선만 되면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가 당선된 때에 맞추어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베는 극우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극우파란 무엇인가? 어쩌면 과거 군국주의 시대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말을 들어 보면 꼭 그런 것 같다. "주변 국가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결국 진정한 우호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일본 총리들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내지는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과 담화 모두를 수정할 것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하였다.

아울러 그는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할 것과 A급 전범(戰犯)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공약한 인물이다. 게다가 그의 총리 재임 중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발행하도록 유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본의 지식인들이 과거사를 들추면서까지 영토문제에 대해 호소문을 발표한 것이 극우파 정치세력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과는 관계없이 일본의 양심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이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 지식인들도 일본인들이다. 웬만하면 일본인들이 평균적으로 갖는 민족감정에 같이 동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과는 정반대로 과거 침략사에 대한 참회를 저변에 깔면서 민족감정에 흐르지 않기를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이들의 양심으로 오늘의 일본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이들에 의해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양심은 시들지 않을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지식인들은 어떤가? 지금 한창 대통령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후보자들 주변에는 한 캠프당 100-300명씩의 대학교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들만으로도 작은 대학 하나쯤은 만들 만한 인원이라고 꼬집고 있다.

어떤 언론에서는 정치권 주변에 얼씬거리는 교수들의 행태를 보고 이들을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부르는 것은 오히려 점잖은 편이라고 하면서 차라리 '폴리티션(politician)교수'(정치꾼 교수) 정도로 부르면 어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이들 교수를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치도 없다. 다만 이들이 정치권을 맴도는 동안 그들이 지켜야 할 연구실은 누가 지킬 것이며 그의 강의를 기다리는 학생은 누구로부터 강의를 들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궁금해질 뿐이다.

우리는 불 꺼진 연구실도 바라지 않거니와 지도교수 없이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느낄 뿐이다. 대학교수들이야말로 나라의 최고 지성이다. 그러기에 최고 지성인다운 사고와 행동으로 인류장래를 조명해 주는 역할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다. 교수로서의 신분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정치권과 대학에 동시적으로 적(籍)을 두고 있는 모호한 이중성이야말로 가장 비지성적인 행보가 아닐까 싶다.

몇 편 되지도 않는 논문마저 표절 의혹에 시달리는 처지에서 정치인으로 입지(立志)하려는 교수도 있다니 놀랄 일이다. 일반 국민들로부터 조롱이나 받는 지성이라면 그것을 어찌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양심이 살아 있는 일본의 지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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