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결혼 적령기의 남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인구)는 금년에 110.8명에서 2015년 120.0명으로 상승한 뒤 2031년에는 128.3명까지 높아져 부족한 신붓감이 5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결혼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들 세대는 태어나서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이미 짝 없는 남자의 외로움을 몸소 보고 체험하여 왔기 때문에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1990년 전후에 있었던 심각한 남아선호와 저출산이 빚어낸 남초현상이 향후 어떠한 부작용을 만들지는 알 수 없지만 남녀 성비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혼인 적령기의 남녀 성비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노령계층의 남녀 성비는 오래된 숙제이다.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성비는 69.0명으로 여성이 훨씬 많다. 이는 평균수명이 여성은 84.1세인 반면에 남성은 77.2세로 여성이 약 7년 오래 살기 때문이지만, 결혼하는 남녀 연령차이가 평균적으로 남성이 3세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여성은 10년을 홀몸으로 살아야 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노인의 다수가 여성인 것을 보더라고 고령기의 여초현상도 심각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2015년이 되면 남녀 성비에 있어서 대전환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2015년 인구는 남성이 2530만 3000명이고 여성은 2531만 5000명으로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한다. 그리고 장래에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남성 수가 여성 수를 넘어서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결혼 적령기로 보면 남초가 문제가 되지만 전체 인구로 보면 남초가 남녀 성비 격차를 완화시켜 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인구는 그 자체가 생물로 그 자연스런 변화를 인간의 이성으로 모두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남녀 성비 격차도 문제이지만 만혼화 경향은 더 문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결혼·이혼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으로 남성은 31.9세, 여성은 29.1세로 나타났다. 30대 미혼율은 1980년 3.3%에서 1990년 6.8%, 2000년 13.4%, 2010년엔 29.2%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남녀 성비 격차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던 40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985년 1.4%였던 남성 40세 미혼율은 2010년 14.8%로 증가했고 1985년 0.2%였던 45세 미혼율은 2010년 7.7%로 증가했으며 49세 남성 미혼율도 같은 시기 0.3%에서 4.4%로 증가했다.

취업난,높은 결혼비용 등 만혼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적령기를 지나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이유는 남녀가 좀 다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만혼화는 저학력의 문제이고 여성 만혼화는 고학력의 문제라고 한다. 남성 고졸 미만의 미혼자 비중은 22%이지만 남성 대졸 이상의 미혼자 비중은 4.3%로 약 1/5에 불과하고, 여성 고졸 미만 중 미혼자 비중은 2.4%이지만 대졸 이상의 미혼자 비중은 6.9%로 두 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출산율을 저하시켜 인구 고령화를 부추겨 문제이지만 사회불안을 증폭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간섭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해서 효과가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런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결혼문화는 외형적으로 보면 종교와 전통 등에 따르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나라의 인구·사회·경제 환경에 따라서 변화한다.

지금까지는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미래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사라져 갈 것이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백년해로로 보더라도 합리적이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남성 중심의 가정 경제권이 무너지면 여성도 더 이상 연상남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번거롭고 돈 많이 드는 결혼문화도 점차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이 높은 것은 개인 스스로가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혼인 적령기를 지난 남성 중 저학력이나 불완전한 취업 등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현상은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최근 수년 동안 우리나라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으로 이러한 문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취약한 생활여건은 다문화 가정의 행복을 위협할 수 있다. 또 다른 소외와 사회불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다문화 가정이 처음 결혼하는 과정에서부터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지역사회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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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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