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인터뷰

대담=송연순 교육문화부장

지역 교육계 원로인 홍성표<사진> 전 대전시 교육감이 일선 교육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3월 대덕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교육계에 복귀한 것. 그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제3·4대 대전시교육감을 역임했다.

홍 총장은 자신의 교육철학을 '3·5·30·1(법칙)'이라고 정의한다. 교사가 하루 3명의 학생과 대화하고, 5년 뒤 내가 어떤 교사로 비칠까를 하루 5분 동안 생각해 보고, 하루 30분간 독서나 건강 및 취미생활 등 자아실현에 투자하라고 했다.

지난 2년 여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을 겪었던 대덕대 총장을 맡은 만큼 난제도 많고 책임도 막중하다. 오랜 단체장 생활과 대학 현장 등에서의 경험 등을 들어봤다.

-교육 현장에 복귀한 소감은?

"8년 간 두 차례의 교육감직을 마치고 서재에 들어가 많은 것을 정리했다. 책장에 꽂힌 빼곡한 책들과 논문들은 충남대로 보내 후학들에게 나눠줬다. 이곳저곳서 받은 감사패, 표창패 등은 모두 폐기했다. 그동안 교사,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해 온 특강 자료를 모아 올 상반기 '옴니버스의 종착역'이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대학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장을 맡은 만큼 해야 할 일도 많고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 법인 이사회로부터 총장 제안을 받고 고사했다고 들었다.

"창성학원 교육이사로 참여하고 있었지만 총장까지 맡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사회와 이사장 등으로부터 '대전교육을 8년이나 책임진 사람으로서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용했다. 일에 대한 변화로 먼저 내 본연의 길이라 여기며 걸어온 길과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그 바탕 위에 내가 해야 할 인지, 내 능력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등 세 가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대학이 내홍을 겪다가 최근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어떻게 해결했나?

"교수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자 본연의 임무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직장 개념으로 생각해 발생한 문제라고 인식하면 안된다. 배가 고파도 썩은 고기를 먹을 수는 없다. 앞서 징계 대상자 선별 역시 재단이나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도장'을 찍은 본인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취임 이후 곧바로 교직원들과 면담을 벌여 과거 이뤄진 각종 계약 문서를 모두 폐기시키고 대부분 사면해 줬다. 학내 규정을 위반한 일부 교수들에 대해선 명예롭게 퇴직토록 했다. 다만 중대한 규정 위반자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했다. 단순히 '(소요)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과 함께 정리하고 넘어갈 일들을 한 거다."

-대학에 준 변화는?

"교직원들에 대해 모호한 성과급체계를 적용해 오는 등 급여 체계가 엉망이었다. 작년 공무원 급여 인상분도 반영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지난 2년 여간 급여가 동결돼 있었다. 가장 먼저 급여체계를 공무원 임금체계에 맞춰 재산정했다. 2000만원가량 인상된 교수도 있다. 등록금을 7% 정도 인하하고, 연간 95억원의 장학금 예산도 세웠다. 학생들의 해외인턴십, 교수들의 각종 직무연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지 말도록 주문했다. 그런데 교수들이 능동적인 변화를 꺼려 해 서운하다. 돈 많이 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적극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웃음)."

-대덕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출발은 전산전문대였다. 변천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전자·정밀기계·정보통신 등 공학계열이 주력이다. 군사계열도 강점이다. 매년 3사관학교에 50여명이 간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다. 이제는 일반대학 교육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중점 육성할 것이다. 유아교육부터 호텔·외식·관광계열 및 모델학과를 보다 활성화할 것이다."

-선화동캠퍼스 조성 계획도 대덕캠퍼스와 연계해 나온 건가?

"그렇다. 대전여상 인근에 재단과 대학 소유 부지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화동캠퍼스에는 유아교육, 영유아보육, 호텔·외식, 사회복지, 모델 등 서비스산업 관련 학과를 이전해 특화시킬 계획이다. 이곳에 학생들의 실습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학교기업도 설립할 수 있다. 시민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검토하려고 한다. 대덕캠퍼스에는 기계, 전기, 전자, 통신, 군사, 자동차 등 공학계열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분야 학과를 차별화시켜 특성화할 계획이다."

-대학 운영에 역점을 두는 부분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목표다.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의중심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뒤로 하고 산업현장에서 주문하는 인재가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파악해 맞춰주는 '주문식 맞춤교육'을 호소하고 있다. 늘 강조하는 '사제동행'과 '도제교육'은 직업교육대학으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육계에 오랜 기간 활동해 왔다. 나름 교육철학이 있을 텐데.

"먼저 교육자는 스스로 배우며 가르치는 사람이다. '교육자가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권태롭지 않다'고 했다. 또 아이들의 눈은 '금저울'이다. 항상 금으로 잰다는 의식을 선생님들이 가져야 한다. 여기다 교육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다. 교육본질은 결국 선생님이 인성, 학력 등 모든 것을 교실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본질은 직업교육이다. 취임 때도 교수들에게 '가르칠 대상을 보면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전교육이 용문학교, 1과학고 등 각종 학교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독단적으로 가고 있다며 '불통' 행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 원로로서 어떻게 보나?

"(웃으면서 전임자의 후임자에 대한 평은 금물이라고 전제한 뒤)좋은 명분이 있고, 교육적 판단에 의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모두 동의해 줄 것으로 믿으면 안된다. 결론이 나 있는 일도 그 길 밖에 없다고 해서 앞서가면 안된다. 과정을 밟아 나가면 늦더라도 생명력이 있다.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나가야 한다. 1과학고 문제도 굳이 학교를 없애야 한다면 공립이 아닌 사립이 그 대상이 돼야 한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그런데 공립을 없애면 결국 의무교육을 사립에 맡기는 꼴이다. 길게 봐야 한다."

정리=최태영 기자tychoi@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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