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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아버지와 아들

2012-10-04기사 편집 2012-10-03 21: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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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중부대 교수·한국코치협회 대전충청지부장

한가위가 지났다.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가족, 친지들과 그동안 쌓아두었던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지난 연휴 때 있었던 일로 후유증이 남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좋은 일도 뒤끝이 있는데, 하물며 좋지 않았던 일이야 오죽하랴. 가족을 만나고 친지를 만나면 언제나 기쁜 일만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 사는 세상이 어디 말처럼 쉽던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만나고 헤어지며 겪는 일들로 기쁘기도 하지만 상처 받는 것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몇 해 전,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민을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한 아들과 대화를 안 한 지가 4년이 넘는단다. 명절도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면 아들과 대화할 수 있는지가 큰 고민이란다.

우리 풍습에 의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명절 차례의 주인공인데, 그들이 서로 대화를 끊은 지 오래 되었으니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코칭을 요청했고, 필자는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한 시간이 지나 그는 스스로 정한 세 가지 해결책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주, 그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아들과 대화가 시작된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 아침 등산을 가는 자신을 위해 아들이 계란요리까지 해주었다며 코칭을 해준 내게 감사를 표현했다.

한 중년 여성의 고민은 좀 달랐다. 명절 때만 되면 그녀는 시댁에서 나이 어린 손위동서와 만나야 한단다. 시댁 가족들과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별문제가 없었으나, 명절이면 사사건건 어른 행세를 하려는 나이 어린 손위동서를 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게 코칭을 요청해 왔다.

코칭에서는 항상 그렇듯이 문제(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녀의 경우에도 필자와의 코칭 중에 해결책을 발견했고, 명절 후에 내게 찾아와 자신이 손위동서를 대하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더니 의외로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고 감사하다며 인사하던 일이 기억난다.

가족은 가장 작은 사회이다. 그 공동체 안에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또 잘 해결된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지금은 꽤 오랜 기간 동안 가족을 힘들게 한다. 아버지의 어깨가 물 젖은 솜처럼 무겁다. 명예퇴직과 불안한 노후생활, 약해지는 체력과 떨어지는 자신감, 점점 과격(?)해지는 아내,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자녀들 뒷바라지와 노부모 봉양 등 모든 문제가 중년 남성의 양어깨에 메여 있다.

한편, 점점 줄어드는 일자리, 높아만 가는 취업 기준(스펙), 해외어학연수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줄어드는 학습시간, 비싼 대학교재와 부족한 용돈 등으로 아들의 짐도 만만치 않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힘들다. 그러니 만날 시간도 없고, 대화할 시간은 더욱 없다. 어쩌다 만나면 짜증과 불만만 쌓이니 건드리기만 하면 '툭' 하고 터진다. 소통이 될 리 없다. '어머니와 딸'도 모양만 다를 뿐, 벌어지는 상황은 비슷하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다. 소통을 위해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먼저 나서야 한다. 라이프코치(life coach)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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