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3대 정신

그날, 계백은 울지 않았다. 칼이 벤 건 아내와 자식이 아니었다. 황산벌로 떠나는 오천 결사대의 마음도 그랬다. 나라는 망했지만 계백의 정신은 결코 신라 5만 대군에 패하지 않았다.

조선 선비들의 가슴 한 켠에도 늘 충남 혼이 함께 했다. 조선 팔도의 유생들은 사계 김장생의 문하에 들기 위해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꼿꼿한 충남 선비의 지조와 절개는 '자신부터 먼저 세워 도를 행하는(立身行道)' 충(忠)에서 비롯됐고, 가르침은 '예(禮)'로 거듭났다.

조선조를 가로지르는 사상인 기호유교는 논산(연산)과 대전(회덕)을 근거지로 했다. 율곡 이이의 학맥을 계승한 기호학파는 17세기 이후 300년 동안 조선의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모든 것을 지배했다. 퇴계 이황의 학맥을 계승한 안동 유교문화권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사상적 완성까지도 우암 송시열과 명재 윤증의 그 유명한 1·2차 예송논쟁으로 매듭 지은 곳이 충남이다.

충남 혼은 자신(我)을 희생(羊)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의(義)'로 더욱 빛난다. 국토가 외적의 침범에 어려울 때 초개처럼 몸을 던진 수많은 의병, 의사들이 태어난 곳이 충남이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정신은 임진왜란의 금산전투(칠백의총)와 이치대첩(권율)을 낳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유관순 열사의 3·1운동과 신채호 선생의 적극적 무장 항일투쟁으로 빛났다.

충남의 정신인 충(忠)과 예(禮), 의(義)는 이 땅의 시대정신이다.

강보람 기자 bora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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