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4대 문화권 발전 과제

전국 어느 곳을 둘러 봐도 충남 만큼 드라마틱한 정체성을 가진 곳은 없다. 백제라는 매력적인 고대 국가, 예학의 나라 조선의 사상을 정립한 곳, 서해안 교류의 관문이면서 여유로운 생활 문화를 일궈낸 내포(內浦), 이 모든 것을 품고 넉넉하게 흐르는 금강 등 이 땅의 흙 한 줌, 물 한 모금, 기왓장 하나에도 충남 혼(魂)은 뿌리내리고 있다.

백제문화권, 기호유교문화권, 내포문화권, 금강문화권 등 충남의 4대 문화권은 소중한 자산이다. 4대 문화권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다. 얼핏 저마다의 특징을 뽐내는 것 같지만 내밀한 속살은 매 한가지다. 금강은 백제의 한 많은 역사를 끌어 안고, 내포 보부상의 수많은 사연을 전하며 기호유교의 다양한 문화 유산을 굽이 돌며 오늘도 흐른다.

충남의 4대 문화권을 제각각 개발해서는 안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상호 연계 개발을 통해 진정한 융·복합으로 풀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4대 문화권을 총체적으로 다룰 기구 설립도 절실하다. 충남도가 구상 중인 '충남문화재단(가칭)'이 4대 문화권의 보존과 관리,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가 되고, 연구와 분석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전담팀을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

'선비'와 '양반'이라는 대한민국의 키워드를 선점한 경북도가 이미 3대 문화권(북부역사문화권·남부역사문화권·낙동강 및 백두대간 문화권)을 문화와 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으로 뽑아 내 광역경제권 핵심 선도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에 정신이 번쩍 들어야 한다.

더 이상 숙제를 미룰 여유가 없다. 자체 연구 용역으로 수립한 금강권광역복합개발사업을 슬그머니 쓰레기통에 버리고, 정부가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한다고 기호유교문화권 자체를 용도 폐기하려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내포보부상촌을 조성하면서 알맹이인 '보부상 난전 놀이(예덕상무사)'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인색해서도 안 된다. 그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백제문화권 개발 사업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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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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