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cuadam@daejonilbo.com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 지지율이 가라앉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소속 후보인 안철수의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이 변곡점이었던 같다. 그의 대선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자 여론 지형은 본격적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열흘도 채 안 지났음에도 다자 대결 구도에선 지지율 2위 자리를 빼앗는다. 안철수의 부상은 박근혜에겐 어쨌든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양자 대결을 가상한 지지율 역전이 증명한다.

새삼스럽지만 박근혜를 두 가지로 규정하면 이렇다. 우선, 박근혜는 현 제도정치권 내에서 월등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선 주자다. 사족이겠으나 지난 4월 총선에서 거둔 의석수가 그대로 미국식 선거인단이라고 가정했을 때 청와대행 예약은 끝난 문제였다. 내각제였으면 다수당이 배출하는 총리가 됐을 것이다. 당연히 5년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에겐 해당사항 없음이다.

또 하나, 박근혜는 연말 대선을 목표로 57개월 간 지지율 1위를 유지해온 기록을 갖고 있다. 대선 주기는 5년이고 달수로는 60개월이다. 18대 대선이 세 달도 채 안 남았고, 그 기간을 제하면 57개월이 남는다. 박근혜가 5년 전 당내 경선에 패하고 그 해 연말 대선이 끝난 뒤 재수에 들어갔다고 쳤을 때 지금까지 합산한 기간이다.

그런데 대선 결승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에 안철수가 역주를 시작한다. 3번 레인에 끼어 든 형국이다. 문제는 그의 가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장외 시절에도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인 그였다. 장내에 진입한 안철수는 대선후보 코스프레 효과를 보고 있음을 방증하듯 스퍼트를 하고 있다. 박근혜를 앞서는 지지율이 나오자 본인도 고무된 듯하다.

요는 앞으로 전개될 대선지형에 대한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들 저마다 가능한 모든 요소를 투입할 것이다. 약발이 있는 정책·공약을 던지고 볼 것이고 인적 구성 재편 작업도 빠르게 진행할 것이다. 각계 명망가들 가운데 일부는 누군가를 돕거나 멘토 역을 자임하고 나서는 풍경도 연출된다. 장막 뒤에선 우리 사회의 인적 자원들의 경륜과 지략 대결이 불꽃을 튀길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각 대선 후보의 지지율 싸움과 실시간으로 연동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돌발 변수들을 아주 배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의 지지율이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일차 조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마음이 바쁘고 뭔가 돌파구를 고민함 직한 사람은 박근혜가 아닌가 싶다. 야권 단일화는 둘째 치고 적어도 안철수에게 밀리는 모양새로 추석 연휴를 맞는 상황은 부담일 수 있다.

결국은 박근혜가 언제, 어떤 반전 카드를 빼들 것 인가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 극약 처방 쯤 될지 모르나, 아무튼 자신의 고정 지지율에다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매직 수치의 지지율을 얹는 효과를 기대하려면 선대위 진용 구성이나 정책적 이슈 선점으론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 올 대선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화력 시범을 보이듯 해선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덧붙이면 안철수가 합류한 대선구도의 최대 특징이 비대칭성에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민감하고도 지난한 작업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선거 공학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으며 그런 코스트를 감수할 작심이면 의외로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핵심 논지를 이런 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박근혜에게 있어 연말 대선이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면 요컨대 대통령직에 대한 재인식에서 출발하면 짚이는 게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말로써 담론이 무성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착안하면 몇 가지 실행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고 본다. 그러고 나서 됐다 싶은 시기에 내용물을 오픈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층, 세대, 지역을 아우를 수 있다면, 그게 대선 전략의 요체고 승부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정국을 읽는 밝은 눈을 가진 재사들이 박근혜 캠프 뿐 만 아니라 문재인, 안철수 진영에도 다수 포진해 있는 단계이며 면면도 쟁쟁하다. 어느 시기에 누군가가 먼저 치고 나올 수 있는 문제고, 게다가 임기 문제까지 건드리면 게임은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둑 대국 중에 현재적 판세가 불리하다면 그 곳을 버리고 유리한 전장을 찾아 옮겨가는 게 상식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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