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해보니

지난 18일 오후 10시 22분쯤 충남 공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인 A(17)군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A군이 중학교 시절부터 괴롭힘을 당해 자살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하며 학교폭력이 A군을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사고 이틀 전 A군은 같은 반 친구 3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으며 또 동급생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놀림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B(47)씨는 "가해학생들이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괴롭혔다'고 말했다"며 "괴롭힘과 폭행 속에서 A군이 괴로워했을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소년의 자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교 폭력이 지목되는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학생 10명 중 3명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당국의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25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2011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입은 1673명의 학생 중 31.4%인 525명의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1회 이상 자살을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자살생각을 한다(10회 이상)는 대답을 한 학생도 10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6.2%를 차지해 학교폭력과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학생들이 죽음까지 생각하는 이유는 가해학생의 지속적이고 반복적, 의도적인 가해행위가 피해학생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피해학생의 17.7%인 296명이 '죽고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는 답변을 할 정도로 가해학생들의 폭력은 피해학생에게 죽음을 생각하게 할 만큼 심각하게 다가왔다.

실제 초등학교 시절 학교 동급생으로 부터 폭행을 당해봤다는 B(16)군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폭력을 당해 어떤 식으로 죽을 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 때 내 머릿속에는 나를 때린 사람에 대한 복수와 자살에 대한 생각 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당한 피해를 수치스럽게 여기고 외부로 알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학교에서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폭력이 가진 대표적 속성 중 하나인 자기파괴적 요인이 피해학생의 건강한 사고를 방해해 자살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광역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쏟는 관심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학생의 교우관계, 성적 등 다양한 방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며 "학교 안에서의 원만한 교우관계가 학교 폭력을 막는 예방책인 만큼 선생님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이 가진 속성으로 자살에 이르는 청소년이 많은 만큼 많은 학생들이 그 심각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달호 기자 daro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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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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