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음악가 이야기 - 쇼팽[Chopin, 1810 - 1849]

피아니스트의 거장 아르투르 루빈슈타인(Artur Rubinstein, 1887-1982)이 `피아노의 시인`이라 예찬한 쇼팽은 살면서 피아노 장르만을 고집했으며, 다수의 아름다운 서정시와 같은 걸작들을 남겼다.

낭만주의 시대의 많은 작곡가들은 쇼팽을 존경하였으며, 그의 동료인 리스트는 쇼팽이 죽자마자 최초의 쇼팽 전기문을 쓰기도 하였다. 리스트 이외에도 슈만,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 등 많은 이들이 쇼팽의 음악을 예찬했다.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1810-1849)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청년 시대를 바르샤바에서 보내고, 1830년 조국을 떠나 빈(Wien)·독일 각지로 연주 여행을 다니다가 1831년 파리에 정주하면서 시적인 섬세한 솜씨로 자작곡을 연주, 망명 폴란드 귀족 사회의 총아가 되었다.

그 곳에서 리스트, 베를리오즈, 발자크, 하이네 등과 교제하는 한편, 여류 작가 상드와 사귀어, 폐환(肺患)의 몸을 이끌고 그와 함께 마주르카 섬으로 전지요양(轉地療養)을 떠났다(1837).

상드와 헤어지고 점차 건강이 악화되어 1848년 런던의 연주 여행을 끝으로 파리에 돌아온 뒤 얼마 후 요절했다.

`피아노의 시인`이란 별명을 가진 쇼팽의 음악은 누구에게나 낭만적이며 아름답다. 이런 생명력을 가진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쇼팽의 음악에 있어서 대표적 음악적 특징 중 하나는 템포 루바토이다. 템포 루바토의 기원은 아주 오래인데 프레스코발디, 프로베르거 시대로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작곡자에 의한 템포 루바토의 지시는 쇼팽의 작품 마주르카 f#단조 op.6-1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여기서 템포 루바토란 이탈리아어로 `도둑 맞다, 잃어버리다`라는 뜻을 가진다.

음악에서는 Tempo Rubato로 사용되며, `임의의 템포`를 뜻한다. 즉 연주자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템포를 바꾸어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쇼팽의 음악은 더욱 자유롭고 감성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유의할 것이 있다. 쇼팽은 낭만주의 시대에 살았지만 보다 형식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고전주의적 성향이 강하였다.

그래서 그의 대표적 특징인 루바토 역시 박자 안에서 자유로움이 존재하였다. 우리가 듣기에는 쇼팽의 음악이 박자를 무시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선율이 자유롭게 들리지만 사실상은 왼손의 일정한 강약 조절의 박자 위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작품 흐름에 있어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루바토는 오히려 감정과잉에 의한 무질서한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쇼팽의 작품들은 듣는 것과 달리, 연주자 입장에선 표현과 테크닉에 있어서 결코 쉽지 않다.

이상철 순수기획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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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 초상화
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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