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충남도지사 이력 살펴보니

 구한말 충남도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공주 선화당.
구한말 충남도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공주 선화당.
역대 충남도지사는 한국인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지난 1896년 충남도가 세상에 이름을 올린 뒤 116년 동안 충남의 도백(道伯)은 관찰사(觀察使)에서 한국인 친일파 도장관(道長官), 일본인 도지사(道知事), 미군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다.

역대 충남 관찰사의 종지부를 찍은 이는 순종 2년(1908년) 부임한 최정덕이다. 그가 충남 감영인 선화당에 부임하던 날 공교롭게도 기생 하나가 감영청 뒤뜰 모과나무에 목을 매 죽는다. 저물어 가던 대한제국의 앞날을 예견한 일이 아닐까?

조선을 침탈한 일제는 관찰사를 폐지하고 친일파를 도장관으로 대거 중용한다. 친일과 엽색행각으로 이름 높았던 박중양이 대표적이다. 박중양의 친일 행각은 총독부의 토지 수탈에 항의한 임천군수 이종열을 파면하고 공주갑부 김갑순을 후임 군수로 발령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수양아들이기도 했다.

1921년 부임한 김관현은 '자갈 지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다. 부임 이듬해부터 공주-천안 신작로와 공주-조치원 신작로에 벚나무 가로수를 심을 정도로 유독 도로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인 지사들도 굵직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1914년 박중양의 후임으로 지사가 된 일본인 도기사내는 비교적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분쟁을 공정하게 처리한 지사로 이름이 높았다. 1931년 부임한 오카사키 데스로는 공주에서 대전으로 도청 소재지를 옮긴 인물이다.

이듬해 10월 1일 낮 12시 오카사키 지사와 우가키 가즈시게( 宇垣一成) 조선총독은 역사에 남을 축사(?)를 한다. "이제 충청남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었지만 이제 대전이 갖는 지리적 여건은 도민들에게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며 충남도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대전시민의 날이 10월 1일인 것은 이날 도청이 대전으로 왔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충남지사는 미군 대령 카프가 맡는다. 카프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좌익의 준동과 식량 기근으로 골치를 썩었지만 도유재산과 일체의 사무를 정리해 대한민국 정부에 인계했다.

이 후 충남은 미군정 동안 3명의 지사를 거쳐 임명직 29대로 이어졌으며 선출직으로 전환되면서는 민선 5기 시대를 열었다.

강보람 기자 bora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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