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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최소 20년 교육공약이 필요하다

2012-09-24기사 편집 2012-09-23 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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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중 충남대 영어교육과 교수

대선이 90일도 남지 않았다.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마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를 갖추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후보 측에서 고심하는 것은 당연히 다른 후보와 차별화될 수 있는 공약을 만드는 일이다.

필자는 그동안 배우고 몸을 담고 있는 분야가 교육이기에 단지 그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싶다. 비록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혹은 무시하는 백면서생의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는 있지만, 이런 말도 현실에 맞게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 각 선거캠프에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평소 생각하던 바를 가감 없이 말하려고 한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각 후보는 5년 만의 교육정책이 아니라 최소한 20년의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그중 자신의 임기 중에 어느 정도까지 이룰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모든 이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사교육이 없는 교육' 등과 같은 개념적인 공약은 단지 허상일 뿐이다. 듣기는 좋지만 그를 위해 정책이 20년 동안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없는 한 쓸데없는 말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도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틀의 공약이 아니다. 서울의 몇몇 큰 사립대의 수업료만 반으로 내리면 전국의 수업료는 저절로 조정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초중등교육부터 시작되면 좋겠지만 근대화 시대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정착시킨 교육제도로 인해 이제는 거꾸로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의 재정지원 방향에 있다. 현재 국립과 사립을 함께 지원하는 체제에서 점차적으로 국립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필자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학이 우리 교육에 기여한 바를 모르지 않는다. 교육자로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 향후 10년간 국립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립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사학의 이념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이끌어가도록 해줘야 한다. 사학을 구속하고 제어하기보다는 학교의 재정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리해야 한다.

현재의 국립대 역량에 비추어 볼 때 10년 정도를 획기적으로 투자하면 세계 유수한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지금도 5년 정도의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액을 파격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립대의 수업료는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된다. 성과에 따라 어디는 많이 주고 어디는 적게 주고 하는 식은 좋지 않다. 교육은 투자다. 각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그들이 충분히 내적, 외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10년 후, 국립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안정되고, 졸업생들은 사회에 진출하여 국가동력의 근간을 형성하기 시작할 것이다. 10년이 더 지난 20년 후면 국립대학은 수도권의 어떠한 대학과도 견줄 수 있는 사회심리적인 토양을 만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국립대학은 원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누구든지 입학해서 수학할 수 있도록 문을 과감하게 열어주어야 한다. 수능시험은 일 년에 두세 번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기본적인 점수만 넘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50대, 60대의 장년층들도 언제든지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자식들만 다니는 곳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다니는 열린 곳이어야 한다. 단, 모두가 들어올 수는 있다고 해도 졸업은 국립대학이 요구하는 일정한 수준에 맞도록 졸업여건을 강화하고 교육과정을 내실화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로 세계 유수의 대학과 맞먹는 수준의 국립대학이라면 이건 당연한 일이다.

이 정도의 열린 고등교육 여건이 마련되면 그때 비로소 초중등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입시에만 맞춰진 교과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교과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입시는 그대로 두고 초중등학교에 인성과 창의성을 위한 교육을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국립은 말 그대로 국가에서 세운 학교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로지 수능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누구나 세계적인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만 형성되면 이러한 불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5년에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보다 향후 20년 동안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후보의 공약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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