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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충청권 상수론

2012-09-21기사 편집 2012-09-20 21: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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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균 서울 정치부장 woomk21@daejonilbo.com

9월부터 시작된 19대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각 상임위 활동이 진행 중이고 10월에 있을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회관쪽은 '한 건'을 올리기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다. 100일간 일정의 정기국회는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간간이 본회의가 열린다. 이달 들어서도 몇 차례 본회의가 열렸다. 앞으로도 정부의 시정 연설이나 법안,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러 차례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켜 보노라면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충청권 의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석엔 6선의 강창희 의원(대전), 부의장인 민주통합당 4선인 박병석 의원(대전)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과거 자민련의 조부영 부의장(홍성)이나 민주당 홍재형 부의장(청주)이 사회봉을 간혹 잡기는 했지만 충청권 정치사에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집권 여당과 제1야당 소속이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배가된다.

의장석 앞쪽 의원석을 보면 충청권의 의회 권력 지형도를 읽게 한다. 7선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을 제외하고는 6선의 대부분이 충청권 인사다. 강 의장 이외에 이해찬 의원(청양)과 이인제 의원(논산)이 야당 측 의원석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수장을 맡고 있고, 이인제 의원 역시 미니 정당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선진통일당의 대표로 있다. 게다가 충청권의 3선 의원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니 '충청권 전성시대'라는 말이 그리 비약은 아닐 듯싶다.

의회 권력은 업데이트되는 모양새지만 대선에서의 위상과는 매우 비교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캐스팅 보트에 불과하다. 상수의 양 축에 끼여 중간자나 심판자 역할은 했지만 상수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대선을 바로 앞두고 충청권의 몸값은 올라간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약발'이 떨어진다. 충청권의 무력감도 그 궤를 같이했다. 과거의 대선사(史)가 이를 방증한다.

JP(김종필)는 지난 1990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에 참여해 거대 여당을 만들었지만 당을 떠나야 하는 수모를 겪었고,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 냈지만 결국 결별해야 하는 통한의 서러움을 맛봤다. 정치권에선 토사구팽이란 말이 회자됐고, 한때 그것은 충청권의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물론 그 근저엔 뿌리 깊은 지역주의가 박혀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 노무현 후보의 신행정도 건설 공약이 주효했던 것이다. 당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간 팽팽한 접전 양상 속에 이 공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노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최근 역사적으로 막을 올린 '세종시대'도 이때가 원류임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2007년 대선에선 충청권의 표심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전국적으로 워낙 거세게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당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표 차이에서 확인된다.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충청권에서도 이명박 후보에게 손을 들어 줬다. 역대 대선이 입증하듯 충청권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대선판에서 충청권의 민심의 향배가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18대 대선의 대진표가 짜여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안 원장 등 3자간 치열한 대결 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최근 충청권의 흐름으로 볼 때 이들 빅3 가운데 특정 후보가 일방적인 우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박 후보는 충청권의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지세가 자리를 잡고 있고, 문 후보는 이번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2위의 손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 원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과 수도권,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접전을 전제로 충청권 역시 박빙의 승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번 대선판에서 아쉬움은 충청권 출신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들이 잠룡으로 평가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을 절감하며 미풍에도 못미쳤다. 대권에 대한 충청권의 뜨거운 열망에 비춰 볼 때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지역 기반의 차원이 아니라 아직도 골 깊게 패어 있는 지역주의 타파와 탕평의 시각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나 변수라는 '딱지'를 떼고 상수로 부각될 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내다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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