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대전

2012-09-12기사 편집 2012-09-11 21: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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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만화 '신의 물방울'이 와인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 만화는 전 세계에 1000만부 이상 팔렸고 만화에 소개된 와인은 예외 없이 유명세를 치렀다.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가격이 치솟기까지 했다. 프랑스산 명품 와인인 '샤토 르 퓌'는 만화에서 400년 동안 단 한 방울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궁극의 신의 물방울'로 소개된 뒤 전례 없이 판매가 뛰었고 1 병에 15유로인 2003년산의 가격은 한때 1000유로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유명세를 타고 투기 바람이 몰린 탓이다.

와인은 실제 투자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처에 흥미를 잃은 투자자들이 '신의 물방울'의 인기를 타고 손을 뻗치면서다. 국내에서 2007년부터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유망 테마펀드로 주가를 올리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열기가 점차 식으면서 최근에는 정기예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내거나 원금을 까먹는 펀드도 수두룩하다.

하나의 만화가 전 세계에 와인 열풍을 일으키고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 점은 와인이 지닌 독특한 매력과 와인 만이 지닌 역사적 자산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대전도 와인에는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대전의 '월평동 와인'은 국내에서 처음 생산된 와인. 와인 마니아들조차 생소할 정도로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1969년 '한국산토리(주)'가 대전 월평동에 와인공장을 지어 '선리포트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했고 국내 첫 와인이다. 당시 대적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들어 졌다는 대목에선 은근한 자부심도 느낄 만하다. 대전시가 푸드&와인축제를 열기로 하면서 '와인 원조도시'임을 자랑하는 배경이다.

와인축제에는 하지만 상당한 기대감이 몰리면서도 적지 않은 우려감도 쏠린다.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 축제나 호주의 멜버른 음식&와인 페스티벌, 스위스 베베의 와인 페스티벌,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와인 축제 등과는 달리, 고유한 전통성이나 독창성과 다양성을 지닌 콘텐츠가 빈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유명 와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와인과 전통주, 동서양 음식의 만남, 예술과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통해 국내에서의 '와인허브도시'를 선점하겠다는 비전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성공 조건을 고심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30일 후에 열리는 푸드&와인축제는 성패에 대한 평가를 두려워 하기에 앞서 지속가능한 명품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타진하는 검증의 장으로서 활용하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 아닐까 한다.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그러면서 발전 가능성과 그 요소를 냉철하게 탐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용 사회부장 yong@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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