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에 미래 있다] ②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

 의료인과 함께하는 '베이비마사지' 후기 모임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밝은 모습.  사진=민들레의료생협 제공
의료인과 함께하는 '베이비마사지' 후기 모임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밝은 모습. 사진=민들레의료생협 제공
최근 사회적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눈부시다.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위기를 겪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종 사회서비스를 추구하고자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을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전에는 인증사회적기업 18곳과 대전형·예비사회적기업 43곳 등 총 61곳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남은 인증사회적기업 19곳과 충남형·예비사회적기업 81곳 등 100곳이 활동 중이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지역의 사회적 기업 소개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꼽히는 `사회적경제`에 주목해본다.

나 자신과 가족, 더 나아가 이웃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성격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구이지만 일반 사람이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주민들이 직접 병원의 주인이 되어 건강과 의료서비스에 대해 직접 고민하는 것은 익숙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민들레의료생협(이하 민들레) 조합원들은 분명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7월 우수사회적기업 대통령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민들레를 찾아 의료생협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 민들레의 모든 것=지역주민 조합원 2800여 세대로 구성된 민들레는 협동의 방식으로 서로의 건강 문제를 해결한다.

의료나 건강문제에 대해 단순한 소비자로 머물지 않고 건강한 삶과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의료전문가와의 협동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민들레가 운영 중인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실현된다.

민들레가 처음 뿌리를 내린 대덕구 법동에는 민들레 의원·한의원·치과와 건강검진센터, 노인복지센터, 가정간호사업소, 심리상담센터 등이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는 아이쿱생협, 한살림생협 등 지역 협동조합과 연대해 서구 탄방동에 둔산 민들레 의원·한의원·치과를 개원하면서 먼 거리를 오갔던 조합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교육사업과 소모임·마을모임 조직사업, 보건예방사업, 환경건강사업 등 다양한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 지역주민 건강, 우리가 지킨다=민들레가 진행하는 사업은 매우 다양하다. 수많은 조합원이 운영에 참여하는 만큼 건강과 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민들레의 대표 사업으로 손꼽히는 `거리 건강검진`은 조합원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후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나 지역 행사 등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혈압과 혈당, 체지방 검사 등을 실시해 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자원활동이다.

사업초기에는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지 못했던 주민들이 거리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의 문제를 최초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민들레 측의 설명이다.

최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현미채식건강실천단`은 대사증후군 환자가 모여 식단을 포함한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현미채식건강실천단에 참가하면 8-10주 동안 현미밥과 채식 위주의 식단조절과 주기적인 의료상담, 건강체크 등을 통해 몸의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둔산 민들레 의원·한의원·치과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 조합원 한명 한명이 곧 주인=민들레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전·충남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자금 3만원 이상을 내면 가입이 가능하고 마을모임과 소모임, 위원회, 대의원, 이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민들레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조합원을 포함한 모든 가족구성원이 비보험 진료부분에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임플란트 치료, 한약치료 등의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조합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인의식을 갖고 민들레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민들레 기관을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건의해 조합원과 지역주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점이 의료생활과 일반 의료기관의 차이다.

조세종 민들레 이사장은 "민들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으로, 조합원이 없다면 민들레는 단순한 사업체나 구호단체에 머물게 된다"며 "2800여 세대의 가족까지 총 만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누구나 주인이 되고 그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 민들레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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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의 대표사업으로 손 꼽히는 '거리 건강 검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민들레의료생협 제공
민들레의 대표사업으로 손 꼽히는 '거리 건강 검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민들레의료생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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