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심상치 않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 급감에 은행 대출은 물론 회사채나 주식발행조차 여의치 않은 탓이다. 올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 기업이 늘어 중소기업 줄도산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면밀한 진단과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각종 경제지표만으로도 쉽게 어림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8월 전체 제조업 업황이 72로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BSI가 100에 미달한 것은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업황 BSI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넉달째 69까지 떨어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3년 물 기준 신용등급 'BBB-'인 회사채 금리는 9.87%로 대기업이 발행하는 'AA-' 등급 회사채 금리 4.16%의 2배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80% 이상을 유지하던 IPO(기업공개) 비중도 55.6%로 곤두박질쳤다.

금융권이 금융감독원 보고한 신용위원 세부평가 기업은 1355개로 지난해 1290개보다 20.0%나 증가했다. 신용위험 세부평가는 금융권에서 50억-500억 원을 대출받은 중소기업 중 위험한 곳을 추려 구조조정 여부를 정하는 제도다. 이들 기업은 다음달 말까지 세부 평가를 거쳐 A-D까지 4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C 등급은 워크아웃, D 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이 된다.

문제는 중소기업 자금난이 외생적 변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에 이어 내수마저 꽁꽁 얼어붙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가 호전돼 기업의 개선되지 않는 한 금융권의 지원책도 약발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소규모 유동성 지원은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는 한계기업에게는 엄격하게 하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도산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면밀한 진단을 통한 적기 지원과 맞춤형 대책이 그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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