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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외형보다 내실 다져야 할 지역축제

2012-08-31기사 편집 2012-08-30 21: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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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식 지방부장 lksnek@daejonilbo.com

가을 축제 시즌이 다가왔다. 사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지 않는 계절이 없지만 우리 조상들은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감사함을 표시하는 가을 축제를 으뜸이라고 했다. 충청권 이곳저곳에서도 축제가 계획돼 있어 벌써부터 들뜨게 한다. 지역 축제는 대부분 그 지역의 제례 및 세시풍속이 녹아들어 있어 그 지역이 겪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에 따라 다른 고장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맛과 멋을 간직하고 있다.

지역 축제는 주민들에게 내 고장의 전통과 역사적 유물·유적·먹을거리 등 특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켜 지역 전통문화를 보존·계승·발전시키고 외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고유한 맛과 멋으로 지역 경제도 살리고,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다. 또 지역 주민들의 삶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소통의 장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 강화 등 지역의 화합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도 한다.

이처럼 고유의 특성을 지닌 지역 축제가 민선 자치시대 이후 상당히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이미지 제고, 공동체의식 함양 등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의 치적 알리기나 눈도장 찍기로 활용되고 있다. 개최도 홍수를 이뤄 문화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지자제 출범 직전인 1994년 287개이던 것이 올해는 전국에서 758개나 개최된다. 대전·충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전은 올해 14개, 충남은 63개가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이러다 보니 외형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이 비슷비슷한 중복성 축제, 1회성 이벤트 축제가 난립, 내실보다 외형을 추구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자치단체 주도로 개최돼 온 게 사실이다. 이벤트 회사에 떠맡겨 불꽃놀이로 개막을 알리고, 거액을 들여 인기가수 불러다 노래자랑 열고, 브로커들에게 돈 받고 장소 떼어줘 술판·먹자판·놀자판 벌이는 게 현주소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이나 독창적인 기획 콘텐츠는 전혀 보이지 않고 천박한 상혼만 넘쳐나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들의 풍성한 인심을 가슴에 새기고 가기보다는 바가지 물가에 사나운 상술만 경험하기 다반사다.

그러고도 평가회를 열면 자화자찬이다. 관광객이 몇십만 명 다녀갔느니, 특산물 판매금액이 몇억 원에 달하느니 등등의 과대포장에만 열을 올린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전국 지역 축제 중 성공한 축제가 5% 미만이다. 나머지 95%는 혈세를 축내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재정 지출에 대한 주민만족도 조사'에서도 33.3%가 지역 축제 예산 사용이 낭비적이라고 평가했고 주민들의 종합만족도는 66.9% 수준인 것만 봐도 지역 축제는 대부분 수준 미달인 셈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지역 축제가 풍성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업적으로 치우치는 점을 자제해야 한다. 돈벌이가 목표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지나치게 강조 상업적으로 흐르게 되면 지역 주민들은 들러리만 서게 돼 소외되고 외지 관광객들은 바가지 상혼 덤터기만 쓰고 볼 것 없다며 외면하게 된다. 자연 지역 이미지는 흐려지고 다음해 축제 때는 외면받게 돼 궁극적으로는 손해다.

지역 축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문화와 특성을 담아내는 데 일차적인 비중을 두어야 한다. 당장의 수익과 관광객 숫자,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달리지 말고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 지역 주민이나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감동과 독창성을 느낄 수 있어야만 성공한 축제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반 위에 현대인의 관심사인 웰빙이나 친환경, 교육 등이 배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성공한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국내에서는 보령 머드축제나 금산 인삼축제, 함평 나비축제, 세계적으로는 독일 뮌헨의 '10월 축제', 일본 삿포로의 '눈 축제',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등이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하고 소비적이고 틀에 박힌 전시용 행사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가을이면 축제들이 줄이어 개최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충청지역의 축제들도 지금까지의 자치단체 주도에서 탈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아래 주민의 삶이 묻어나고 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 생명력과 독창성을 가진 신명나는 축제로 발전시켜 문화적 깊이와 폭을 넓히고 경제적으로도 유용한 '축제산업'으로 가꾸어 나가는 데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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