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news777@daejonilbo.com

세계 교육 경쟁력 으뜸 국가인 핀란드. 최고의 교육 국가는 좋은 교육 체계에서 비롯됐다.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는 러시아와 스웨덴의 틈바구니에서 혹독한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었지만 국가 경쟁력 1위의 강소국이다. 저력은 교육에 있다. 어찌 보면 중국과 일본이란 강대국에 둘러싸여 고난의 역사를 극복한 우리와 비슷한 처지다. 교육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 모델을 배우려고 한다.

핀란드 교육의 핵심적인 목표는 국민 모두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 해답은 공교육에 있다.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 교사들의 사명감과 책임감,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이끌어주는 교육적 배려가 핀란드 교육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북유럽의 외로운 늑대 핀란드'를 쓴 정도상씨는 한 사람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 이들의 확고한 교육적 사명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핀란드 못지않게 손꼽히는 교육 강국이다. 일제강점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높은 교육열과 세계적인 대학 진학률의 덕택이다.

그러나 우리는 핀란드와 완전히 다르다. 유치원부터 영어교육에 매달리고 초·중·고는 입시 위주의 파행교육이 판을 친다. 목표는 한 곳으로 집중된다. 좋은 대학 합격이 초점이다. 우수한 성적과 좋은 결과가 우선시 된다. 진정한 교육의 의미는 사라지고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게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과열 대학입시 경쟁으로 공교육은 뒷전이다. 사교육은 갈수록 번창한다.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로 제대로 숨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최근 '에듀 푸어(edu poor)'가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빚내서 자녀의 사교육비를 대는 이른바 '교육 빈곤층' 얘기다. 소득에서 교육비 지출 비중이 과다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빈곤층이 305만 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여 가구의 13%에 해당한다. 40대가 가장 많고 대졸, 중산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가계는 주름살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한 달에 313만 원을 벌어 381만5000 원을 지출하니 매월 68만5000원의 적자를 본다. 당연히 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려는 게 모든 학부모의 바람이다. 자신의 생활을 희생해서라도 자녀에게는 보다 안정된 미래를 준비해 주려고 한다. 그러나 무리한 교육비 지출로 가계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자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준다. 서민들의 걱정이 크다. 맞벌이를 하는데도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 벅차다. 자녀 교육비로 인한 적자 가계는 노후까지 영향이 미친다. '실버 푸어'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제 감당할 수 없는 학원비 때문에 중산층이 붕괴될 지경이다.

교육당국은 만성이 된 듯 '뒷짐'이다. 학생과 학부모 문제로 치부하는 인상이다. 공교육이 뒷전으로 밀리고 사교육이 판을 쳐도 임시방편의 땜질 처방만 반복됐다. 그동안 누차 제기된 대입 경쟁을 완화할 실질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학교공부 테두리를 벗어난 대입시 문제가 횡행하고 있으니 학원을 다니라고 종용하는 셈이다.

학교 수업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평가제도조차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유리하다. 이리저리 바꾸는 교육정책들만 난무했다. 사교육을 근본적으로 줄일 대입시 제도의 손질과 공교육 내실화가 빗나간 것이다.

학력 위주가 아닌 자율성과 사회성 중심으로 운영되는 핀란드 공교육.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교육제도가 결국 국가경쟁력 강화로 연결됐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문제라고 하면 온 국민이 국가, 사회와 더불어 촉각을 곤두세운다. 백년대계를 향한 미래 지향적 교육정책인 공교육 강화, 대입전형 혁신, 교육 양극화 해소, 사회의 학력 차별 개선 등에 말만 앞설 뿐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인기에 영합하는 '반값 등록금' 포퓰리즘에 목매달고 있다. 학원비 때문에 붕괴하는 중산층이 외면당하고 있다. 사교육의 덫에 걸린 우리나라 교육을 대수술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파행 교육의 본질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대선주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공약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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