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에 미래 있다] 총괄 1.

교육과 문화, 보건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서비스들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폐단으로 인해 사회양극화가 심각해질수록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취약계층도 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정부나 지방정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취약계층을 비롯한 지역주민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서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 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사회적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향후 과제 등을 살펴봤다.

◇사회적기업의 등장=사회적기업의 첫 등장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실업과 빈곤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유럽의 비영리단체들이 국가나 지방정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사회적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 자발적인 지역주민운동 차원에서 시작된 생산자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의 시초로 받아들여지는데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해 발전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이 시행되다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됐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기업이 일반 영리기업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취약계층이 학력과 경력의 부족, 고령화, 장애, 사회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발생해 교육과 문화, 보건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로부터 멀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것이 사회적기업인 셈이다.

◇다양한 사회서비스에 날개를 달다=대전·충남지역에는 각각 61곳과 111곳의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세분화되고 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조건들이 다양한 만큼 사회서비스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치료비가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무료 의료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대전 서구·대덕구)은 의료소외계층인 저소득층,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자, 외국인노동자 등에게 무료로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저렴한 도시락서비스도 있다. `파랑새식품`(동구 대동)은 지역 내 결식아동과 어르신을 위해 낮은 단가에 양질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도시락을 만드는 직원들은 지역주민과 취약계층으로 구성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왔다.

여행을 국내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청년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중구 대흥동)는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여행, 여행심리치료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필리핀, 태국 등 여행지의 저소득층에게 교육사업과 농촌 기술 보급, 보건소 건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금을 환원하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노숙자 등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고용함으로써 사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곳도 있다.

노인복지법인으로 출발한 `함께하는 세상`(중구 태평동)은 어르신을 고용해 된장과 고추장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 각종 노인여가복지사업과 재활용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어르신이 일을 통해 사회참여욕구를 되살리고 자립심을 길러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함께하는 세상 측의 설명이다.

`그린텍`(유성구 덕명동)은 환경분야의 사회적 기업으로 장애인과 고령자를 고용해 맨홀 쓰레기 유입·악취 차단장치와 LED조명을 제조하고 청소용역 등 위생관리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김선배 그린텍 대표는 "지적장애인이나 고령자, 저신용자,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이 전문성 없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단순작업들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충남 홍성 장곡면에 자리잡은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은 유기농 쌀 작목반과 친환경 채소류 작목반 등 80여 농가로 구성돼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과 도·농간 직거래 유통으로 연간 2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홍성로컬푸드운동센터도 설립해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려면=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반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의 질이 아무리 좋아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고 기반시설이나 홍보수단 등도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은 사회적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봉석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지역사회경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기관이나 지자체가 먼저 우리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홍보해줄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기업의 자립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열악한 기반시설이나 시스템 구축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 제공의 목적보다 영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례들에 대해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김영도 충남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사업초기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먼저 시작한 사회적기업 선배들이 새로 시작한 사회적기업을 올바르게 견인하고 사회적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잘못된 길을 가는 기업을 견제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사회적 기업 연혁

△2007년 1월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2007년 10월 대전 1호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탄생-(사)엠마오호스피스회 △2008년 10월 충남 1호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탄생-하늘나무노인복지사업단 △2010년 10월 첫 대전형·충남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육성 △2011년 3월 충남사회적기업협의회 창립(54개 기업 참가) △2012년 2월 대전광역시 사회적기업협의회 창립(31개 기업 참가) △2012년 8월 현재 운영 중인 인증·예비사회적기업은 대전 61곳과 충남 11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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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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