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생각을 꾸밈 없이 내뱉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앞에 놓인 질문지에 답을 쏘았다. 여름 장마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대전 월평 양궁연습장에서 김법민(배재대) 선수와 얼굴을 마주했다.

최제동 배재대학교 양궁부 코치가 연습장 앞에서 손을 흔든다. "법민아, 법민아"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동메달 주인공 이름이 연습장에 쩌렁쩌렁 울린다. 주황색 신발에 야구 모자를 뒤로 눌러 쓴 한 남자가 계단 뒤에서 고개를 내민다. 김법민 선수다.

그의 첫 활 시위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양궁 특별활동 시간에 이뤄졌다. 호기심에 지원한 수업이지만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 챈 감독이 운동을 권유해 4학년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양궁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죠. 신나게 연습했는데 어린 나이에 운동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놀고 싶은 마음도 들고…(웃음). 그 때마다 코치님이 잘 잡아주셔서 지금 자리에 있을 수 있어요."

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김법민 선수 눈빛이 바뀐다. 21살. 어린 나이에 올림픽 무대에서도 안정된 경기 운영을 해나갔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다른 대회보다 떨렸던 건 사실이죠. 하지만 `연습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습니다. 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영광이었고 비록 금메달 사냥엔 실패했지만 값진 동메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궁은 올림픽 일정상 비교적 일찍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난 김법민 선수에게 영국 땅은 `호기심` 대상이었다. 축구 마니아인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장을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귀여운`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귀국 이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한 일이 터진다. 기보배 선수와의 `잔소리` 공연 무대. `잔`자가 나오자마자 그는 이미 웃음보가 터졌다.

"누나(기보배 선수)와 제가 막내여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가사가 분명히 나온다고 했는데 그 날 폭우로 인한 합선 때문에 가사가 모니터에 뜨지 않아 당황했어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누나하고 열심히만 하자 다짐했는데 무대 내려오면서 둘이 `망신이다…`라는 말을 동시에 했습니다."

잔소리 무대의 기막힌 반전은 김법민 선수가 직접 선곡 했다는 사실과 이들의 무대에 대한 평가가 `신선했다`라는 점이다.

"남녀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생각해보다 잔소리가 떠올랐어요. 형들은 `웃겼다, 잘봤다`라고 봐주셔서 막내 노릇 제대로 한 셈이죠."

`오진혁-기보배` 양궁 커플에 대해선 "태릉에 입소한 지난 겨울 초에 두 사람이 사귀는 걸 알았다. 부러운 점은 같은 운동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조언도 해주고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슬럼프에 빠졌을 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라고 말했다.

곧장 이상형에 대해 물었더니 고민 없이 바로 "귀엽고 참한 스타일"이라고 답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외모는 보느냐는 질문엔 한참을 망설이더니 결국 "조금…"이라고 말하며 파안대소를 한다.

김법민 선수의 `잔소리` 사건 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프로필 사진이다. 후드 티를 입고 입술을 꾹 다문 모습은 누리꾼에게 `양궁 귀요미`로 불리고 있다. 해당 사진은 김법민 선수가 직접 올린 것으로 이전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던 그가 직접 찍어 포털 사이트에 교체를 요청한 것이다.

20대의 당돌함과 국가대표의 우직함을 동시에 갖춘 김법민 선수는 자만하지 않고 다음 대회를 위해 꾸준히 활 시위를 당길 계획이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죠. 우쭐대지 않고 다음 세계 선수권, 아시안 게임, 2016 브라질 올림픽 등에서 좋은 기량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런던 올림픽)시차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응원 보내주신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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