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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

2012-08-23기사 편집 2012-08-22 21: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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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 사회부 ksm11@daejonilbo.com

인터넷 신조어 중 하나로 '네티즌 수사대'가 있다.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소문 혹은 사실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공개하는 인터넷 활동가를 의미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이들 수사대의 공개 내용에 대해 별다른 필터링 과정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간혹 자신들이 알고 싶은 사실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기도 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네티즌 수사대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확한 사실을 정제해 공개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 정보를 접하는 다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만 단순 가십거리나 보복 및 해코지 하기 위한 정보 공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성폭행 가해학생 입학사정관제 교사 추천으로 합격'과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성폭행 당한 뒤 자살' 보도에서도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은 빛났다.

성균관대에 입학한 학생 모교와 실명은 물론, 수상 내역까지 공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성균관대 입학생과 함께 성폭행에 가담했었던 다른 학생들의 진학 대학은 잘못 공개함에 따라 혼란을 가중 시키기도 했다.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자살 사건에서는 개인정보 공개가 더욱 심각했다.

피의자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의자 사진을 캡쳐, 눈 부위만 지우고 공개했으며 사건 장소인 피의자의 상점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피의자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추정하는 추리까지 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있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와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제3의 피해는 항상 우려되고 있다. 대전 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 지역의 한 여고생 자살 사건에서도 학교폭력이 원인이라는 잘못된 정보와 함께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해당 학교 전체가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네티즌 수사대는 본인들의 잘못된 활동이 평소 주장하는 '대의'와 관계없이 사회적 혼란을 유발함과 더불어 반사적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본인들의 활동을 정당화하고 사건을 알려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자 한다는 네티즌 수사대의 목적은 이미 빛을 잃었다. 점차 남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가십성 정보와 왜곡된 정보의 공개로 변질돼가는 그들의 활동은 도를 넘어섰다. 사법 당국의 처벌 및 2차 피해 발생과 정보 교환 사이의 외줄타기에서 네티즌 수사대는 휘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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