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지체장애인 예산군 전용만씨 박사 학위 취득 "전문지식 활용할 일자리 없어 안타까워"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용만(59·예산군 예산읍 예산리·사진) 씨로, 서산 한서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오는 17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장애노인의 자살충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많은 장애인이 그렇듯이 전 씨도 불의의 사고로 척추 골절과 신경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장애를 입게 된 계기는 1987년 7월 전국에서 345명의 사망자와 10만여명의 이재민을 낸 태풍 '셀마'가 우리나라에 내습했을 때.

대전시가 충남도 산하 기초자치단체이던 이때 대전 동구청에서 토목직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전 씨는 상부 지시로 수십 명의 사망자와 교량·하천제방 등 각종 수많은 시설이 부서지는 큰 피해를 입은 부여군에 수해복구 지원을 나갔고, 부여군 토목직공무원들과 함께 정신 없이 복구를 위한 측량을 하러 다니다 타고 있던 차량이 전복되면서 11번 척추 뼈가 부러지고 신경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것. 수술과 3년 반이 넘는 고통스런 재활기간을 넘긴 전 씨는 더 이상 공무원 생활을 할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고향인 예산읍으로 이주했지만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전 씨는 "신경손상으로 통증은 계속됐고 기억력 저하,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을 얻게 되면서 자살충동을 수없이 느꼈다"면서 "이때에는 '누군가가 나를 안락사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전 씨가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이웃에 사는 한 장애인이 공무원 출신인 그에게 서류작성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부터.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라고 깨달은 그는 장애인 봉사단체인 예산 '곰두리'에 나가기 시작했고, 한서대학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2008년 국가고시로 불리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고, 이듬해 2월 한서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왕복 60여㎞ 통학길은 장애인 운전 장치가 장착된 승용차를 스스로 몰고 다녔지만 지금도 승·하차 할 때에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박사과정 재학 때 시간강사 경험도 쌓은 전 씨는 요즘 박사학위를 받게 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고 싶어 하지만, 예산군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는 법률과 제도로 보장하는 장애인 취업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장애 특성에 맞는 지원을 하려면 전문적인 공부를 한 사람이 맞춤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특히 뇌졸중을 앓는 장애노인들이 최초 장애에 이은 중복장애를 갖게 됐을 때 자살충동을 심하게 겪거든요. 이를 극복할 노하우를 알려주고 이끌어줘야 하는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산=류용규 기자 reali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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