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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광장] 19대 국회 유감

2012-08-10기사 편집 2012-08-09 21: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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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균 서울 정치부장 woomk21@daejonilbo.com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했던 야당의 모 의원이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그동안 3선을 해 왔지만 이번 국회처럼 비애를 느낀 적이 없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이면 여야간에 싸움질을 해댔으니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과연 한국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지 회의감에 젖었다. 본회의장 찬 바닥에서 밤잠을 설치며 이런 정치를 해야 하는지 원초적인 고민도 들었다." 정치적인 무게감이 있는 중진 의원에게서 암담한 정치 현실에 대한 무력감이 읽혀졌다.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여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공방만 벌이다가 개원 이후 40여일이 지나서야 본회의를 열었다.

예산안은 4년 내내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다. 여야 대치와 예산안 부실 심사, 여당의 강행 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의 수순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은 일상화됐고, '민의의 전당'은 번번이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주먹질이 난무했고,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 최루탄까지 등장해 '막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 줬다. 가히 활극을 방불케 했다. 우리가 TV를 통해 외국 의회의 추태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찾지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국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기득권 지키기'에는 같은 편이었다. 청목회로부터 입법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을 구제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공직선거법을 처리하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의원 제명안은 전례없이 무기명 표결에 부쳐 부결됐다.

18대 국회의 '몰염치'는 여기에 그치질 않았다. 4월 총선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국회의원 수가 300명대에 진입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치 개혁이 아니라 정치 개악에 다름 아니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부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18대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막판에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였다. 이 법안이 처리되면서 19대 국회에선 볼썽 사나운 전투가 자취를 감추고, 이른바 선진 국회의 구현과 상생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18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19대 국회의 변화상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대 국회 역시 원구성 문제로 여야가 옥신각신 하다가 30여 일이 지나서야 '지각 개원'을 했다. 18대 국회의 판박이인 셈이다. 새 국회를 맞이하면서 쇄신과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역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여론의 지탄 속에 어렵사리 개원을 했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의 국회상은 어떤가. 8월 임시 국회가 '방탄 국회'로 여전히 논란이다. 민주통합당은 민생 국회를 명분으로 소집했다는 주장이고, 새누리당은 시급한 민생법안이 없는 만큼 응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의사 일정조차 못잡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달 내내 '개점 휴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각 개원도 모자라 국회를 당리당략과 정쟁의 볼모로 삼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는 것은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어디 이 뿐인가. 민간인 사찰 문제를 비롯해 각 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은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으로 일파만파다.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제명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를 계기로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천 헌금 문제로 정치권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대선 국면에 터진 일이어서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임은 뻔한 일이다. 지금도 과연 공천 헌금이 존재하는 지 기가 찰 일이다. 옛날 국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현실로 드러나고 있으니 충격적이다.

국회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 서민상은 어떤가. 계속된 불경기로 힘들어 하는 마당에 물가까지 이중, 삼중고다. 각종 경제 지표는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고, 서민들의 체감 지수는 심각할 정도다. 가계난에, 식탁에 오르는 품목들은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공요금의 오름세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도시 가스도 그렇거니와 전기 요금도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서민들의 등이 휜다는 말이 절절하게 들려 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 국회가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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