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중부대 교수·한국코치협회 대전충청지부장

지난 1학기 동안 수업과 갖가지 시험 준비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기도 힘들었는데, 간간이 들려오는 학교 폭력과 친구의 자살 소식은 그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좀 쉬고 싶은데, 방학이 돼도 계속 학교에 가야 하고, 저녁에 좀 쉴 만하면 여지없이 잔소리가 시작된다. "엄마 친구 아들은 지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게다가 날씨까지 푹푹 찌니 어찌 열을 받지 않을 수 있으랴.

몇 년 전, 한 어머니가 고2 여학생을 데리고 왔다. 잘 하던 공부를 아예 하지 않으니 당연히 성적이 계속 떨어졌고, 급기야 집을 나가더니 학교도 가기 싫다는 아이를 겨우 달래며 고민 끝에 데려왔단다. 20여 분이 지난 후, 그 여학생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넌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다 해 봐"라는 내 말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어머니가 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하며 미소 짓던 그 여학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들어준 것밖에 없다. 어머니가 원하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여학생의 아버지가 쥐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지 못해 아쉽게도 거기서 멈추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문제의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공감과 소통 부족'이었다. 어쩌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부모가 잘 묻고 가슴으로 잘 들어주면 된다. 이것이 잘 되면 문제의 반은 이미 풀린 것이다. 그러니 구체적인 방법만 익히면 된다. "넌 왜 그것밖에 못해", "죽기 살기로 해 봐", "우리도 그 시절 다 겪었어", "공부해서 남 주니"라고 말하기보다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지?", "어떤 것이 가장 힘드니?", "새롭게 고칠 수 있는 것은 뭐지?", "넌 어떤 꿈을 가지고 있니?"라고 묻고, 눈높이에서 그들의 얘기를 가슴으로 들어주면 된다.

이처럼 부모가 그동안 해오던 방법을 조금씩 바꾸면 된다. 특히 자녀와 더 자주 접촉하는 어머니가 방법을 바꾸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가슴으로 듣고 가슴으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참 좋다. 부모에서 '코치(coach)'로 역할을 바꾸면 의외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물론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교사(teacher)에서 코치(coach)로 바뀌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공감과 소통'의 좋은 대안인 코칭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면, 학교 폭력을 줄이고 자살을 예방하며 성적을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친구나 또래의 얘기에 더 관심을 갖는 그들의 특징을 활용하면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 교육당국의 관심과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스스로(?) 하는 공부라 해도 쉴 땐 쉬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미 단단히 열을 받았으니 공부가 제대로 되겠는가? 그래서 식혀 주어야 하고, 가능한 열 받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부모, 교사, 그리고 어른들이 코칭(coaching)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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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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