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붕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런던 올림픽의 열기가 전 세계를 한창 달구고 있다.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이라는 목표를 안고 출전한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단순히 '올림픽과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런던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인 1948년에 태극기와 KOREA를 가슴에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던 깊은 인연이 있다. 기차, 배, 비행기를 연거푸 갈아타며 무려 20여 일에 걸쳐 런던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메게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광복의 희망과 건국의 의지의 역사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런 역사를 기반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스포츠 강국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 13개, 은 10개, 동 8개로 종합 7위를 이루었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금 6개, 은 6개, 동 2개로 종합 5위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더구나 아시아 선수들은 쳐다보지도 못한다는 수영 400m와 스피드 스케이트 500m에서 당당히 세계 1등을 한 것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포츠 성적만으로는 스포츠 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스포츠 지도자, 스포츠 외교, 스포츠 과학에서도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스포츠 외교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태권도 지도자는 물론이고 이번 런던 올림픽 남자 양궁 4강인 미국, 멕시코, 이탈리아의 지도자가 모두 한국인이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은 개인별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과학이 훈련 스케줄은 물론 컨디션까지 관리해주고 있다. 각국의 스포츠계에서 부러워하는 또 하나의 힘이다.

런던 올림픽은 '스포츠의 격전장'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위상과 문화를 뽐내기 위한 또 하나의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문화올림픽이다. 문화는 국격에 직결된다. 우리는 지난 6월 2일 시작해 100일간 런던 한복판에서 한국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더욱이 행사가 열리는 사우스센터는 사용료를 무상으로 하고 공동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우리 선수단 단복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의해 베스트 TOP 5로 선정됐다. 패션강국인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이겠지만, 선수들의 영문이름도 성-이름 순의 원래 우리 순서대로 표기하고 있다. 문화자신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문화강국이다. K-POP, 드라마, 한식 등 한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 게임 등 한류 콘텐츠 수출은 2008년 23억 달러에서 2011년 42억 달러로 무려 78% 성장했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뿐만이 아니라 세계 3대 음악콩쿠르인 퀸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석권했고, 세계 3대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에 한국인이 뽑혔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64년 전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여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귀국했던 그 당시의 우리 청년의 기상과 다를 바 없다.

작년 우리나라는 무역 1조 달러를 달성, 세계 무역대국 7위에 올라섰다. 또한 올해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하여 명실상부한 경제대국,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가 버팀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또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이에 지금 대한민국의 위상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에서도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위치에 와 있다.

런던 올림픽은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10-10'이라는 스포츠로서의 목표 이상의 더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경제대국으로서, 스포츠 강국으로서, 문화강국으로서 세계인들 앞에 당당히 서는 종합 리허설 무대인 것이다.

우리가 금메달을 기원하며 승리에 환호하듯이 선진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대한민국을 응원한다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흐느끼는 우리 젊은 선수들처럼 밝은 미래는 더 크게 올 것이다. 오늘 밤 금메달 12개를 바라며 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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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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