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CEO를 만나다 -제니컴 김복경 대표

`폼 나 보여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이 바닥부터 깨지면서 배웠던 신입사원이 한 기업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열정과 배포 덕분이었다.

국제회의기획사 제니컴을 경영하는 김복경 대표(44·사진)는 우연한 기회에 이쪽 분야의 일을 시작했던 20년 전을 회상하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졸업 후 취직자리를 알아보다 `1993년 대전엑스포`에 도우미로 지원한 것이 관계자의 눈에 띄어 한 국제회의기획사의 입사로 이어졌다. 그 때부터 김 대표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당시 조직생활을 한번도 안해 본 상태에서 복사하는 법이나 팩스 보내는 법, 타이핑하는 법, 공문 쓰는 법까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며 "혼나기도 많이 혼났는데 그렇게 호되게 배운 것이 나중에 제니컴을 경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혼 후 일을 그만두면서 짧은 회사생활을 마무리했지만 당시 맺은 인연은 이후에도 국제회의 기획 의뢰로 이어졌고 지난 2000년 제니컴을 설립하는 원동력이 됐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창업보육센터 내 14㎡(4.5평) 남짓한 공간에서 직원 1명과 첫걸음을 뗀 제니컴은 현재 직원 30여명과 함께 국내에서 전기·전자·기계 분야의 국제학술회의를 가장 많이 유치·기획하는 국제회의 전문기획사로 거듭났다.

지난 2007년에는 남편 손정환 이사와 함께 자외선 센서 전문 업계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한 지붕 아래 두개의 사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독보적인 자외선 센서 기술력으로 대전시에서 선정하는 `글로벌 우수기업`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제니컴을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리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김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일에 대한 만족감과 열망 덕분이었다.

그는 "12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정말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항상 일에 대한 만족감과 열망이 가슴 속 깊히 우러나 나에겐 꼭 맞는 천직처럼 느껴졌다"며 "특히 국제회의를 기획하는 일에는 시작과 끝이 분명해서 항상 새롭게 도전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국제회의 기획 분야에서 다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행사 기획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제니컴을 국가 정상회의나 엑스포, 컨퍼런스, 전시회 등을 포함하는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Conference Exhibition)산업 분야에서 1위 업체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다.

김 대표는 "마이스 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그것을 기획하고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최근 대전에도 마이스 산업과 관련된 업체들이 많이 생겼는데 서로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상생하며 갈 수 있도록 제니컴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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