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여성 탐방객 살해사건이 계획적 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피의자 강모(46)씨가 검거되기 전 인터넷 사이트에 범행에 대한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은 이런 강씨의 행동이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2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남긴 장문의 게시물을 작성한 아이디를 추적한 결과, 피의자 강씨인 것으로 확인한 자료를 넘겨받았다.

경찰은 강씨가 검거 전 한 PC방에서 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다른 인물을 가장한 뒤 범행에 대한 추리를 남겨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자료들을 검찰에 보낼 수사기록에 포함시켰다.

실제 한 인터넷 사이트의 네티즌들 사이에는 아이디 `대망생이`가 범인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대망생이`는 범인 강씨가 검거되기 직전 잠적한 때인 21일 오후 7시32분 경 이 사이트에 가입, 장문의 글을 남겼다.

글쓴이는 자신이 제주에 사는 대학생이며 이번 올레길 살인사건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로 글을 남겼다. 3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여교사 살인사건과 이번 사건이 유사성이 많다며 연쇄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범인이 도로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도로를 미리 파악하고 이동,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시신을 유기했고,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공개된 장소에 시신 일부를 놨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상세한 범행 내용 등도 적어 놨다.

네티즌들은 "이런 범행 내용과 CCTV 위치 등이 너무 자세해 대학생을 가장한 범인이 이번 사건을 연쇄살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이 글은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앞서 강씨는 경찰의 검거망을 피하려고 참고인 조사 직후인 21일 잠적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강씨가 지난 20일 수사가 이뤄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18km 떨어진 제주시 내 한 관광지 버스정류장에 시신 일부를 갖다 놓은 행동도 수사의 혼선을 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강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시신을 돌려주려고 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강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범행 당시 올레 1코스 중간지점의 한 농경지에서 피해 여성을 처음 만났다는 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두산봉(말미오름) 중간지점 운동기구가 있는 벤치에서 누웠다가 피해 여성을 뒤따라갔고, 오름 정상 부근에서 피해자가 쉬는 사이 지름길을 통해 앞질러 간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오름 정상에서 범행 현장까지 도보로 10여분 거리여서 강씨가 당초 진술한 범행 동기가 신빙성이 떨어지고, 강씨가 범행현장에서 피해 여성을 기다리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 강씨는 "소변을 보는데 피해 여성이 다가와 성추행범으로 오인, 신고하겠다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뉴미디어팀 dnew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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