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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 부활의 신호탄

2012-07-21기사 편집 2012-07-20 2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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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 (2005년 作)/두기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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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는 장르에 강하다. 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전세계인들에게 무협의 전통플롯을 각인시켰고 80년대와 90년대를 통해 느와르의 탄생과 무덤을 자처했다.

특히나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의 영화시장을 주도했던 이른바 홍콩 느와르들을 '영웅본색', '첩혈쌍웅', '열혈남아', '지존무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의 수많은 수작과 명작들을 만들어내며 그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실 언필칭 '홍콩 느와르'는 '영웅본색'을 시발점으로 해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그 깊이와 지향에 관계하지 않는 이 용어는 이제 영화사에 확실한 관용어구로 자리 잡은 듯 보이며 홍콩영화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느와르는 형식적으로는 장 피에르 멜빌, 아벨 페라라, 셈 파킨파 등의 폭력미학에 많은 수혜를 입은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몇 가지 다른 특징적인 면을 갖고 있다. 그 특징들은 대체로 홍콩이라는 장소가 갖는 사회 정치적인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홍콩은 알다시피 아편전쟁 이후 150년간 영국의 식민지 였다.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는 곳이었고 항구도시국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의 자본주의가 정점에 달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1997년 세계사 최초로 자본주의 국가가 사회주의국가 체제로 편입되게 될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홍콩은 그들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으로 혼돈과 비장미가 감도는 그러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공간으로 변해갔다.

이런 불안심리와 정체성 혼란은 새로운 유학파 감독들의 유입과 시너지를 일으켜 극도의 폭력과 과장되고 과잉된 감정이 흐르는 느와르 영화로 표출되었다.

그리하여 영웅의 비장미를 토대로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혼돈이 탄생의 모태가 되는 동양적 느와르 스토리텔링이 완성되게 되는 것이다.

알다시피 홍콩 느와르는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무분별한 자기복제를 통해 기록적인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그 몰락이 당연시되던 200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되는데 그 중 한작품이 바로 삼합회의 혈투를 배경으로 홍콩반환후의 홍콩을 은유적으로 그린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다.

영화는 새로운 삼합회의 보스를 뽑는다는 기본 설정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구체제는 보스를 뽑는 단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려 하지만 새로운 체제의 인물들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신체제의 인물들은 권모술수를 통해 권력을 찬탈하려 노력하고 그 속에서 구체제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 보인다. 1997년 이후의 홍콩, 딱 그 모습 그대로 인 것이다.

두기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 전통 홍콩 느와르가 보여줬던 과장된 액션이나 감정을 철저히 비껴가며 그만의 영화 미장센을 구축해 간다.

비장미 대신 절제미를 택한 감독의 연출 방식은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이 때 사용된 무기는 홍콩 영화의 그 흔한 총이 아니라 원초적 이미지의 낚시터에 널브러진 돌덩이다.

믿음직스러운 외향과 언행으로 신뢰감를 주지만 그 안에는 지독한 권력욕을 숨기고 있는 주인공 임달화의 이중적 캐릭터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캐릭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일이 놀랍지 않은 '비열한 거리'가 완성도 높은 리얼리티를 획득함에 따라 '흑사회'는 관객을 압도하는 긴장과 서스펜스를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영화 '흑사회'는 두기봉 감독에게 홍콩 느와르의 마에스트로라는 찬사를 헌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





드라마 '타짜'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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