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은 봉사 황영애 대전 갈마1동 깍지회 회장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 손길을 원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40년 전 시집 온 그 해부터 봉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있다.

자원봉사는 멀리서 하는 것이 아닌 내 주변을 돌아보고 도와주는 것이 신조라는 황영애(62·사진)씨.

그는 현재 대전 서구 갈마 1동 깍지회·복지만두레 회장으로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깍지회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하는 자원봉사 단체로 콩깍지를 줄여서 깍지회라고 부른다. 현재 회원 26명이 활동 중이다. 콩을 보호하려면 깍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란 의미를 가진 깍지회는 올해로 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식사 이후부터 시작, 수시로 어르신 집을 방문해 밑반찬, 쌀을 챙겨드리거나 병원을 같이 가는 등 말벗이 되어 드린다.

그는 "처음엔 목욕탕 가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어르신들과 이젠 목욕탕도 같이 다니고 어르신들이 먼저 보고싶다며 연락하기도 하는 등 가족같이 대해 준다"고 전했다.

이번 초복에는 독거 어르신에게 삼계탕 행사를 할 계획이다. 또 분기별로 요양시설로 식사 보조,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황 회장이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 장애인 시설에 방문해 장애인을 처음 본 그녀는 내 손길이 필요하다면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히려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해야 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황 회장이 40년 째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신랑을 만난 것은 행복이고 가족이 이해해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황 회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973년 장남에게 시집 온 황 회장은 가정과 봉사를 함께 돌보며 시아버지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당시 점포 하나 없이 논과 밭만 있던 갈마동에서 알뜰 부녀회를 시작하던 겨울, 부녀회에서 연탄 장사를 한 것이 문제가 되어 파출소 신세를 지게 됐다. 개인 이익이 아닌 동네 이득을 위해 장사를 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일이 진정서를 받았다.

그 날 이후 결국 시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당당하게 봉사를 하게 됬다.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몇 번을 겪어도 극복되지 않는 가슴 아픈 일도 있다. "내가 돌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동안 소홀하지 않았나 더 잘할 걸 후회도 되고 후유증이 몇 달은 간다"며 "닮은 사람만 보면 아닌 줄 알면서 뛰어가기도 한다"고 눈물을 삼켰다.

선생님이 꿈이었던 그는 농촌 지도소에서 탁아소 선생님을 하기도 했었다. 앞으로 꿈은 "힘 닿는 데까지 봉사를 하는 것으로 나를 본보기로 자녀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웃었다.

황 회장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항상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 건 아닐까 한번 더 생각하곤 한다"며 "고령화사회인 현대는 노인 증가이고 자신도 그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참여하고 솔선수범을 해서 봉사에 앞장서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봉사를 하며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며 지금도 자원봉사를 하는 내 삶에 감사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며 "자원봉사자는 대가를 바라면 안되고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자원봉사는 약속이다. 부모가 죽지 않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며 "본인 마음이 제일 중요하고 가슴에 손을 얹어 내가 나를 칭찬할 수 있는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jw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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