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마 놓고 곳곳 시끌 절묘한 기회만 노려선 안돼

여·야 할 것 없이 대선주자들의 당내 경선 참여 선언이 이제 끝막음을 하자 언론의 관심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로 쏠리고 있는 듯하다. 그가 과연 출마 선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언제쯤 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자신들의 정책방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하는 민주통합당 사람들마저 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 조바심을 친다. "7월 중순까지는 입장을 밝히라"느니,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로 무슨 대통령을 꿈꾸느냐"는 식으로 그를 견제하기에 바쁘다. 새누리당의 유력주자인 박근혜의 대선캠프에서 좌장 역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은 아예 "안철수는 루이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이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표현에 대해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귀족이건을 막론하고 이들에 빌붙어 20년간 장기집권을 한" 기회주의적인 인간이라는 뜻으로 폄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이 말에 이어 국가를 경영하는 데 아무런 비전도 보여준 게 없다고 하면서 "이는 국민에 대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말을 들어 보면 홍 전 의원이 안철수를 "루이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 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루이 나폴레옹은 역사에서 나폴레옹 3세로 불리는 사람이다. 나폴레옹 1세의 동생과 딸의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조카이자 외손자다. 나폴레옹 1세 시대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복고적 열망에 힘입어 단순히 그의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임승차하듯이 두 번씩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루이 나폴레옹이다. 그러하기에 홍 전 의원은 안철수를 향해 어떤 정치적 능력이나 비전도 보여준 적 없이 무슨 대통령을 하려고 하느냐 하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안철수란 사람은 이미지는 좋을는지 모르지만 어떤 실체도 드러난 것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시 말하면 국민들이 판단할 대상으로서의 정치인인 안철수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실체는 무엇인가? 현재까지는 의사요 사업가요 교수인 과학도다.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의 발언 중에서 "나도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현재의 집권 세력은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라고 한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안철수가 이 말을 한 때는 대통령 직속의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회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때였다. 말하자면 그는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집권자의 직속'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거침없이 한 것이다. 용기 있는 행동이라 할까? 아니면 전후좌우도 못 가리는 철부지라 할까? 여하튼 이 말을 한 때부터 그는 정치적 관심의 정점에 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미루고 당시 5%대의 지지율밖에 안 되었던 갖가지 의혹투성이의 시민운동가 박원순을 밀어 서울 시장에 당선시켰다.

이로 미루어 보면 그는 상당한 정치적 술수도 있고 정치적 식견이나 역사의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를 할 만하다고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아니다. 그는 정치를 할 자격이 아직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선택할 줄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용기와 결단을 드는 이유도 선택할 용기와 결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고독을 찬미하는 이유도 선택의 순간이 가져다주는 아픔을 알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지도자는 선택을 잘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선택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반드시 뒤따른다. 때에 맞추지 못하는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 선택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 법이다. 인류 역사는 지도자의 선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는 이미 대권도전에 대한 선택의 시간도 놓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르기까지 안개만 피우는 자세로 절묘한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면 그 자세부터가 대통령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할 것이다.

안철수에게는 안철수의 길이 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대학원원장으로서의 역할 말이다. 허상은 가려져 있을 때 아름다운 환상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