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과 체계 35년만에 전면개편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중소가맹점에는 낮은 수수료율을, 대기업이나 대형할인점 등에는 지금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업종에 근거해 수수료율을 책정했던 방식에서 개별 가맹점의 신용도·매출 등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1978년 도입된 가맹점의 수수료 체계가 35년만에 대수술을 받는 것으로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평균 수수료율이 2.1%에서 1.9%로 낮아진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 1.5%가 적용되면서 전체 가맹점 가운데 214만개(96%)의 수수료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연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현행 1.96%에서 2.02%로 높아진다.

체재 개편에 따라 수수료율 편차가 1.5-4.5%에서 1.5-2.7%로 좁혀지게 된다. 그동안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대형가형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형편성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합리성과 공정성, 정책적 고려를 중시해 마련한 이번 개편안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쉽게 풀면 동네 슈퍼마켓은 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수수료가 인상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개편으로 신용카드사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에 나선 점이다. 오는 9월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연간 8739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돼 경쟁적으로 혜택 축소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조 2000억원에 달하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줄여 카드남발과 남용, 수수료 부담 증가의 악순환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입장이어서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카드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가 서비스 축소를 예고했고 상당수는 이미 시행 중이다. 단순히 할인가맹점을 줄이거나 할인율·적립률을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혜택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월 이용액 기준을 높이거나 이용·적립액에 포함되는 항목 자체가 준다.

신한카드는 3월부터 놀이공원·요식·영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전월 실적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KB국민카드의 '굿데이카드'도 4월부터는 주유·통신·대중교통 할인을 받으려면 전월 실적 30만원을 넘겨야 한다. 11월부터는 실적에 할인받은 이용 전체 금액은 물론 아파트 관리비·대학등록금 등 결제액이 큰 항목도 실적에서 빠진다.

8-10월 대부분 카드사의 '항공 마일리지' 적립 기준은 까다롭게 바뀐다. 신한·국민·삼성카드 등에서 무이자 할부 이용 금액이나 이미 할인받은 금액은 마일리지 적립을 받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합리적인 기준으로 조정해 수익성 악화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다양한 업무개발을 통해 신규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도록 여신전문금융법(여전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행 여전법 상 신용카드사의 업무범위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어 신규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금융당국이 카드결제 관행을 신용카드에서 직불형 카드로 전환하려는 맥락과 함께한다.

증권업계가 신용카드사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실제로 수수료 수익이 연간 8739억원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서도 개편안을 단행한데는 그만한 절박함 마저 엿보인다.

신용카드는 현금보다 편리하고 친숙한 결제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으나 엄밀하게 '빚'이다. 국민 1인당 평균 4-5장의 신용카드를 소유하고 있으니 무분별하고 무감각하게 사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고비용 결제수단인 신용카드 보다 직불형 카드는 가맹점수수료가 낮고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직불형 카드 이용 비중은 2009년 기준 독일이 93%, 영국이 7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1월 현재 14%에 머물러 있다.

향후 직불형 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추가 우대 등도 계획돼 있다.

국민의 소비 패턴 전환을 유도하면서 신용카드사에게 새로운 수익원 발굴해 주겠다는 이번 개편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아직은 미지수다.

정책 변화에 맞물려 신용카드 중심의 소비패턴을 현금과 직불형 카드의 적절한 조합으로 바꾸는 소비자들의 주도적인 변화도 요구되는 때이다.

송영훈 기자 syh0115@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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