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中企 휴가철 이색 풍경

무더운 날씨와 높은 불쾌지수 때문에 쉽게 지치는 여름이지만 이 기간 직장인을 버티게 하는 몇 가지가 있다. 틈틈이 즐기는 여름철 여가활동과 휴가가 바로 그 주인공. 특히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휴가철을 앞두고 대부분의 직장인이 "휴가갈 생각에 버틴다"고 증언할 정도로 달콤한 휴식을 기다리는 이가 많다. 지역 중소기업들도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사내 동아리 지원이나 휴가비용·장소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경기 탓에 이번 휴가는 조용히 보내겠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여름 휴가철 풍경을 살펴봤다.

◇지역 중소기업의 이색적인 휴가지원=일부 중소기업은 무더운 여름 날씨에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창호전문기업 성광창호(대표 윤준호)는 직원들이 여름철 여가활동을 비용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내 산악동호회에는 등반 후 식사와 음료 등을 제공하고 금요일 저녁마다 야구장을 찾는 야구장 동호회에는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지원하고 있다. 오는 14-15일 주말에는 사내 여직원 모임이 유명 워터파크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석하는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3개 조로 나눠서 떠나는 휴가 지원계획도 풍부하다. 부서별로 1명씩 총 5명의 우수사원을 선정해 충남 예산과 충북 제천의 리솜 리조트에서 휴가를 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휴가기간 읽은 책에 대해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독서토론을 열고 여기서 뽑힌 우수사원에게 상품도 수여할 계획이다.

이화학실험장비생산업체 씨에이치씨랩(CHC LAB·대표 차형철)은 최근 직원의 복리후생과 문화경영 방침을 더욱 강화했다.

직원 연차에 따른 복지금액을 설정하고 자기계발이나 건강, 여가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선택적 복리후생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독서경영의 일환으로 전직원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구입해주고 회사에 책을 기증할 경우에는 가격에 상관없이 2만원씩 보상해준다. 하반기에는 직원 수요조사를 거쳐 난타와 사진동아리 활동도 지원키로 했다. 직원들은 이런 제도를 통해 이번 여름철을 더욱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 휴가철 풍경 '각양각색'=휴가기간을 맞는 지역 중소기업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에어컨·라디에이터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라공조(대표 박용환)는 휴일을 포함해 28일부터 내달 5일까지 전직원이 휴가기간에 돌입한다.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에는 전직원이 가족단위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충남 서천 춘창대 해수욕장과 강원도 영월 법흥계곡에 야외캠핑장 2곳을 대여했다. 캠핑장비는 직접 준비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간식과 음식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지난 해에는 1800여명의 직원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휴대폰·태블릿PC에 적용되는 터치스크린 모듈 등을 제조하는 이엘케이(대표 신동혁)는 업무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휴가를 떠난다. 이엘케이는 직원들이 휴가철 숙박 전쟁을 겪지 않도록 전국에 위치한 대명리조트를 회사 콘도로 지정 운영하면서 사전에 신청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외 경기 상황을 고려서 이번 휴가는 조용히 보내겠다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은 6개월간 고생한 직원들이 마음 편히 휴가를 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어도 최근 유로존 위기, 내수 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휴가지원비용을 마련하는 것마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휴가기간에는 두둑한 휴가비로 직원들 주머니도 채워주고 책도 선물했는데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며 "직원들에게 기름값도 충분히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워낙 경기가 어렵다 보니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휴가철에도 마음 편치 않은 직장인=그 동안 쌓인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내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야 하는 휴가지만 가벼운 지갑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되레 무겁게 만든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올 여름 휴가비로 1인당 평균 53만원을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직장인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어마어마한 휴가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 사원 이 모(28)씨는 "최근에는 휴가 때문에 버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막상 휴가계획을 세우다 보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더라"며 "올해는 회사에서 나온 휴가지원금도 많지 않아서 그냥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려고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일부 직장인은 휴가기간 중인데도 업무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직장인 절반 이상인 58.7%가 휴가 중 일 때문에 다시 출근하거나 휴가지에서 회사 업무를 한 적이 있다는 안타까운(?) 답변을 내놨다.

또한 이 중 52.4%는 내가 없으면 회사가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에 휴가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올 여름 직장인들의 휴가기간으로는 '3박 4일'이 37.2%로 가장 많았고 '2박 3일'과 '4박 5일'이 각각 26.2%와 20.5%로 뒤를 이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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