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署 조치원지구대 큰어머니-조카 상봉 주선

 홍성훈 세종경찰서 조치원지구대장이 10일 이모씨와 극적인 상봉을 이룬 박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세종경찰서 제공
홍성훈 세종경찰서 조치원지구대장이 10일 이모씨와 극적인 상봉을 이룬 박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세종경찰서 제공
생활고로 헤어진 장애인 가족을 경찰이 찾아줘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년 전 헤어진 이모씨(74·여)는 10일 조카 박모씨(43·정신지체 3급)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들이 만날 수 있었던 데에는 세종경찰서 조치원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의 도움이 컸다.

이씨는 지난 7일 조치원지구대를 찾아 경찰관 앞에서 '큰 죄를 짓고 산다'며 20여 년 전에 헤어진 조카를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부모를 잃은 조카 박씨와 살던 중 가난으로 보살피지 못하자 1980년 조카가 돈을 벌겠다고 나간 후 20년 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이씨는 죽기 전에 조카를 꼭 만났으면 한다며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홍성훈 지구대장과 이현규 팀장은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행적 파악하고 경찰청 컴퓨터 단말기를 활용해 조카 박씨가 충북 음성군의 보호시설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가 나이 들고 거동이 불편한데다 교통비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교통편을 제공, 극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이씨는 상봉 자리에서 "죽은 너의 부모로부터 잘 키워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내가 너무 가난해 너를 잘 키워주지 못해 정말 미안 하다"며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조카 박씨는 "큰집에서 나온 뒤 몸이 좋지 않아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충북 음성 보호시설과 수원역 등지에서 노숙생활을 해왔다"며 "큰어머니 생각은 가끔 났지만 어렵게 생활해 찾아볼 생각을 못했다"고 울먹였다.

박씨는 큰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다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자 금방 알아봤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 지구대장은 "헤어진 가족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이 경찰의 조그만 노력이지만 이렇게 찾아 상봉에 이르게 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곽상훈 기자 kshoo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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